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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5일수업 확대…휴일엔 가족 체험학습을

중앙일보

입력

“매주마다 체험학습 여행 떠났죠.” 이창민군이 아버지 이진홍씨·어머니 정은연씨와 함께 낙성대공원을 거닐고 있다.

다음 달부터 주5일수업제가 전국 초·중·고교로 확대·시행된다. 늘어난 휴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고민이 커졌다. 자녀의 체험학습 지도 경험이 풍부한 두 학부모의 경험담을 들어보고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본다.

저학년은 흥미, 고학년은 인성 위주로

 주부 정은연(47·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아들 이창민(서울 남성초 5)군의 체험학습을 정할 때 ‘장기간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1년이나 반 학기로 짜여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식이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체험보다 장기적으로 아이의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수시로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도 학기 중에 꾸준히 보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군은 지난 한해 동안 서울시어린이예술마당의 공연역사극(8개월)과 어린이디자인체험(4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버섯구지마을 논학교 체험 1년, 새봄주체 어린이자연학교 1년 등 1년씩 진행되는 자연체험도 병행했다.

 체험학습을 하기 전엔 아이에게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고궁의 문화해설사나 박물관의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땐 바로 앞에서 따라다니면서 귀를 기울이도록 교육한다. 받아 적는 것보다 집중해서 듣는 것이 좋다는 생각때문이다. 이런 교육 덕에 이젠 고궁 탐방체험에서 이군이 문화해설사와 독대할 정도로 지식수준이 커졌다. 정씨는 “어릴 때 낯가림이 심했던 아이가 지금은 적극적이고 사회성이 높아진 것이 체험학습이 준 변화”라고 말했다. “체험 전후에 아이와 충분히 대화하며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체험여행도 떠난다. 지난해에만 국내 30여 곳의 여행지를 방문했다. 2011년에 한국관광공사에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트래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덕에 지난해 40여 종류의 체험학습을 경험했다. 학기 중엔 월 2회씩 수업 없는 토요일마다, 방학 중엔 각종 캠프를 활용했다. 학년별 수준에 맞춰 체험학습 종류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씨는 이군이 저학년일 땐 자연·생태·놀이·디자인 위주로, 고학년이 된 요즘엔 경제·역사·리더쉽·인성관련 위주로 체험을 권했다. 저학년 땐 체험이 즐겁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고학년 땐 또래와 공유 할 수 있는 체험을 선택해 배경지식 습득과 사회성 발달을 유도한 것이다.

 정씨는 “국악원·국립박물관·국립과천과학관·국립미술관·어린이공원 등 국·공립 시설들의 홈페이지를 수시로 방문할 것”을 권했다. “참가비용도 저렴한데다 우수한 내용의 체험프로그램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유용한 정보가 자주 올라오는 유명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즐겨찾기에 저장해 두면 해마다 새로운 체험학습 정보를 알 수 있다?말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 중 자녀를 참가시킨 다른 학부모 후기도 참고한다.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녀와 상의해 체험학습 장소를 결정한다. 정씨는 “부모는 정보만 제공하고 최종선택은 아이에게 맡기라”고 주문했다. “엄마 판단에 좋은 체험이라도 아이가 거부하면 잠시 접으라”며 “엄마에게 등 떠밀려 온 아이는 활동에 대한 흥미가 없고 계속 불만을 나타내 학습효과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봄엔 모내기, 가을엔 수확…체험 간 연계도 중요

 세 자녀를 둔 주부 허경숙(43·경기도 안성시)씨는 체험학습 간의 연계를 중시한다. 자연체험은 아이의 머릿속에서 일부분이 아닌 전체 그림이 그려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른다. 예를 들면 봄이 되면 아이들이 손수 모내기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경험하게 한다. 가을이 되면 벼 수확을 체험하게 해 체험학습의 체계성을 갖추는 방식이다. 이를 이해 춘천의 목화마을을 방문했을 때는 목화를 직접 따고, 이어 기계를 돌려 목화씨를 제거하고 실제로 솜을 얻어 쿠션까지 만드는 체험까지 마쳤다. 허씨는 “목화 수확부터 완성물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면 아이들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학 중 체험학습과 학기 중 체험학습의 연계도 강조했다. 방학 동안엔 선행체험학습 위주로 움직인다. 다음 학기에 배울 교과내용과 관련된 체험학습장소를 방학 중에 다녀온 뒤, 학기 중에 더 세분화해서 다녀오는 식이다. 허씨는 “교과와 관련된 곳을 방학 때 다녀오면 새 학기에 새로 배우는 교과내용도 익숙하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말에 활용할 수 있는 숙박형체험도 추천했다. 지난해엔 전남 신안에 있는 증도로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소금이 유명한 명소라 소금박물관을 관람하고 염전 만들기를 체험했다.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엔 복습시간을 갖는다. 허씨의 집엔 체험일기와 보고서가 따로 준비돼 있다. 체험을 다녀온 직후엔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가볍게 체험일기를 쓴다. 이후 다시 날을 정해 체험일기에 적은 기억을 바탕으로 다양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체험과 관련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허씨는 “체험을 마치고 지쳐있는 아이에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라고 말했다 “다녀온 흔적을 남긴다는 정도로 가볍게 접근해야 아이들도 즐겁게 따라온다”고 조언했다.

 허씨는 이런 경험을 이웃들과 공유하는 체험여행 블로그(blog.naver.com/hks8934)도 운영하고 있다. 매주 1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장소의 체험학습 정보를 올린다. 이를 위해 매일 유명 웹사이트를 방문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한다. 오프라인에선 뜻이 맞는 학부모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주제로 한 모임도 꾸리고 있다. 자녀들과 경험한 체험학습 정보가 많다 보니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로 업체의 정보도 수시로 받곤 한다.

 사교육 업체를 이용할 때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구체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한 고학년은 전문 체험단체를 활용하지만 저학년 자녀는 부모가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체험한다. 체험강사 1명이 8명부터 많게는 수십여 명의 아이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은 초등 저학년이 적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허씨는 “주말에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가면 체험학습단체가 이끌고 온 아이들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강사가 많은 아이들을 관리하기 어려우므로 체험학습에 대한 아이들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자녀가 저학년이라면 학부모도 훌륭한 강사가 될 수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활동지가 포함된 관련 도서를 구입해 미리 살펴보고 응용하는 것이다. 혹은 전시관의 도슨트 해설시간을 미리 알아본 뒤 준비한 자료를 함께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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