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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후계자 0순위는 아지트 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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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오른쪽)이 25일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서 후계자 낙점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선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아지트 제인 버크셔 해서웨이 재보험 회장(왼쪽)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블룸버그]

“후계자를 정했다. 이사회도 그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5일(현지시간)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서 후계자 낙점을 처음 밝혔다. 그는 후계자와 함께 두 명의 ‘예비후보’도 정했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다만 “찰리 멍거 부회장과 나의 건강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당분간은 우리가 물러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핏의 뒤를 이을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네 명을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후계자를 정하지는 않았다.

 버핏이 후계자 낙점을 공론화한 건 지난해 그의 후계자로 꼽혀온 데이비드 소콜의 퇴진 후 불거진 후계구도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뉴욕 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다. 자타가 공인해온 버크셔 해서웨이의 ‘세자’였던 소콜은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가 윤활유 업체 루브리졸을 인수하기 전 개인적으로 루브리졸 주식에 투자한 게 들통나 회사를 떠났다. 그 후 시장에선 버핏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버핏이 낙점한 후계자로는 아지트 제인(60) 버크셔 재보험 회장, 그레고리 아벨(49) 미드아메리칸 회장, 매슈 로즈(52) 벌링턴 노턴 CEO, 토니 니슬리(68) 가이코(GEICO) 보험 CEO, 테드 몬트로스(55) 제너럴리 회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선두주자는 제인 회장이다. 인도계 미국인인 그는 1986년 버크셔 해서웨이에 입사한 뒤 보험사업부문을 340억 달러 규모로 키워낸 일등공신이다.

 버핏은 지난해 소콜 퇴진 후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제인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주목을 끌었다. 거액 연봉을 제시한 스카우트 제의를 다 뿌리치고 버크셔 해서웨이를 위해 헌신했다는 것이다. 아벨은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가장 큰 미드아메리칸 회장으로 에너지부문을 책임져 왔다. 로즈 CEO는 지난해 급부상한 ‘다크호스’다. 그는 2010년 버핏이 역대 최고액인 264억 달러를 들여 미국 2위 철도회사 벌링턴 노턴을 인수하면서 함께 데려온 인물이다. 2010년 세 명이었던 후계자 후보가 로즈 입사 후 네 명으로 늘어나자 시장에선 그가 네 번째 후보가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니슬리 CEO와 몬트로스 회장도 버핏이 아끼는 인재지만 그의 후계자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특히 니슬리는 나이가 많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버핏은 현재 회장·CEO·최고투자책임자(CIO)를 모두 겸하는 1인3역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물러난 뒤엔 세 역할을 분리해 ‘집단지도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회장으론 장남 하워드 버핏이 일찌감치 내정됐다. 경영엔 관여하지 않는 명예회장으로 못박아둔 것이다. CIO로는 지난해 영입한 스타 펀드매니저 토드 콤스와 헤지펀드 매니저 테드 웨슐러가 낙점된 상태다.

 한편 버핏은 이날 편지에서 지난해 자신의 공과를 가감 없이 밝히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IBM 주식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얻은 건 잘한 투자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1년 안에 회복될 것”이라고 공언하며 부동산 관련 회사에 투자한 건 ‘완전히 잘못된(dead wrong)’ 판단이었다고 고백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1965년 섬유회사를 인수해 보험업과 투자를 주로 하는 지주회사로 재설립했다. 가이코(GEICO)·제너럴리 등 계열사를 통해 여러 종류의 보험을 취급한다. 또한 보석회사인 헬츠버그다이아몬즈, 캔디회사인 시스, 비행사 훈련회사인 플라이트세이프티인터내셔널 등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 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코카콜라·질레트·워싱턴포스트·웰스파고 등의 지분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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