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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신데렐라 신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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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지은이 26일 끝난 HSBC챔피언스에서 준우승에 그쳤으나 세 차례 연장 접전 동안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지은이 힘찬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있다. [싱가포르 AFP=연합뉴스]

마지막 한 홀을 남기고 악천후로 경기를 중단한다는 사이렌이 울렸다. 2위 앤절라 스탠퍼드(35·미국)에 한 타 차로 앞선 선두였던 신지은(미국명 제니 신)은 클럽하우스로 발길을 돌렸다. 상승세를 살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1시간30분 뒤에 경기가 재개됐지만 흐름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 우승의 여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신지은(20·아담스골프)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골프 팬들은 위기에서 더욱 빛나는 그의 담대한 플레이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투어 2년차 신지은이 26일 싱가포르 타나메라CC(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3차 연장 끝에 아쉽게 준우승했다. 9언더파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신지은은 17번 홀까지 흠잡을 데 없는 경기를 펼쳤다. 기온 섭씨 32도, 습도 79%에 달하는 덥고 습한 날씨 속에 신지은의 집중력은 빛났다.

 전반 9홀에서 3타를 줄인 신지은에게 후반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까다로운 파 퍼트를 3개나 집어넣으며 흔들리지 않았다. 15번 홀(파5)에서는 동반 플레이한 스탠퍼드가 버디를 잡고 공동 선두에 올라서자 바로 버디로 응수하며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17번 홀을 마친 뒤 번개 주의보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암운이 드리워졌다. 신지은은 18번 홀(파4)에서 티샷을 왼쪽으로 당겨 쳐 공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렸다. 1벌타를 받고 네 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더블보기를 적어내며 연장전에 끌려나갔다.

 4명이 치른 연장(18번 홀) 1차전과 2차전에서 보기를 기록한 펑샨샨(23·중국)과 최나연(25·SK텔레콤)이 차례로 탈락했다. 3차 연장에서 신지은의 1.5m짜리 파 퍼트가 홀을 돌아 나왔다. 반면 스탠퍼드는 1m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3년 만에 LPGA 투어 통산 5승째를 거뒀다.

 신지은은 국내 골프 팬에게는 생소한 선수다. 헬스 센터를 하는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클럽을 장난감 삼아 갖고 놀았던 신지은은 아홉 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뒤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재미동포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고 한국말도 잘한다.

 신지은은 2006년 미국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만 13세로 우승했다. 2010년 LPGA 2부 투어인 퓨처스 투어 상금랭킹 4위에 올랐고 지난해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신지애와 이름이 비슷한 신지은의 롤 모델은 바로 신지애다. 플레이도 신지애와 닮았다. 지난해 LPGA 투어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110위(241. 8야드)로 장타자가 아니지만 아이언 샷이 좋다. 신지은은 다소 다혈질적인 성격이었지만 지난해 캐빈 수비어드라는 멘털 전문가를 만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올해 LPGA 2개 대회에서 모두 톱 10에 들며 자신감을 키웠고 이번 대회에서 LPGA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내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세계 랭킹 1위 청야니(23·대만)는 한때 선두를 1타 차까지 쫓았지만 후반 쉬운 퍼트를 잇따라 놓치며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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