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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인사 대해부] 칭기즈칸 참모 몽골인만 쓰진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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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광웅(리더십센터 소장·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 국정 난맥의 가장 큰 원인은 ‘인사(人事)’라고 단언했다.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인사가 아닌 견제와 감시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측근 인사가 인사 파행과 정책 혼선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1999~2002년)을 지내며 개방형 공무원제도 등 인사제도 개혁을 주도했다. 재직 당시 “공직 인사에 혈연·지연·학연 등이 혈전(血栓:혈관 속에서 굳어진 피)처럼 끼어 있다”고 한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3일 김 교수를 만나 MB정부 인사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들었다.

 - MB정부 지난 4년을 평가하자면.

 “평균 점수 이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아직 기말고사가 남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힘이 소진됐다. 기업으로부터 돈을 안 받았다고 도덕적인 정부라고 자칭하는 모양인데, 그건 당연한 이야기다. 도덕적인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 정직하게 쓰고, 사람 제대로 뽑는 거다.”

 -국정 난맥의 가장 큰 이유가 뭔가.

 “인사와 정책의 오류다. 정책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인사의 오류가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란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같은 색깔의 사람들을 모아 놓으면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진다. 집단의 폐쇄성을 얘기하는 거다. 칭기즈칸은 세계 각국을 정복하면서 여러 지역 출신 참모들을 골고루 쓴 덕분에 세계 최대 제국을 이룰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지 않았다. ”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됐나.

 “당연히 측근에 의한 인사다. 집안 인사잔치를 막을 견제시스템이 없다. 중앙인사위원회도 인사수석도 없지 않나. 측근이 인사를 하니 이런 게 없는 거다. 각 부처 장관인사를 인사위원회가 간섭한다고 생각하니 싫은 게다. 기껏해야 말 잘 듣는 인사비서관 하나 앉혀 놓고 핵심 측근이 마음대로 주무른 거다.”

 -미국 등 현대 서구사회에도 엽관제(獵官制)가 있다. ‘내 사람 뽑아서 곁에 두겠다는 게 뭐가 잘못되었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은 엽관제를 하더라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가지만 우리는 그게 아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하던 사람이 국정원장에 가고, 경찰청장 하던 사람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잠깐 하다 다시 청와대 경호처장을 한다. 측근·편중 인사 중에서 가장 나쁜 경우가 소위 회전문 인사다. 미국은 캠페인(campagne)팀과 거버닝(governing)팀이 구분된다. 선거를 위해 뛰는 팀과 정권 획득 후 내각을 구성하는 팀이 다르다는 얘기다. 물론 캠페인팀과 거버닝팀이 중복될 수 있지만 일부다. 캠페인팀의 상당수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원봉사라 생각하고 활동한다. 그게 우리와 다른, 우리가 극복하기 힘든 문화 차이기도 하다.”

 -대안이 있다면.

 “우선 대통령 후보들은 캠프 때부터 인사팀을 미리 정해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예비 내각) 수준을 넘어서는 자세하고 폭넓은 인사 후보군을 정해놓아야 한다. 5개년 경제계획보다 더 중요한 게 5개년 인사계획이다. 둘째는 제대로 된 공모제 시스템과 이를 실천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전 정부에서 있었던 중앙인사위원회를 부활하라고 말하고 싶다. ”

 - 새 집권세력에 하고 싶은 말은.

 “다음 정부도 걱정이다. 지금 같은 정치문화라면 여든 야든 희망이 안 보인다. ‘나와 같이 선거 캠페인한 인사들은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잘못된 인사 관행을 깨지 못하면 현 정부처럼 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책공약으로 인사에 대한 공정한 플랜을 내놔야 한다.”

◆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김경희·노진호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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