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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못한 이강국, 국회에 항의 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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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강국(사진) 헌법재판소장이 7개월째를 맞고 있는 헌재 재판관 공백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22일 국회의장실에 전달했다. 헌법의 최종 해석 권한을 갖고 있는 헌재가 사상 초유의 위헌(違憲) 상태를 맞고 있는 것에 대해 완곡하지만 강력한 항의의 뜻을 밝힌 것이다. 헌재가 재판관 공백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소장은 서한에서 “우리 헌법에는 헌재를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되 그중 세 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가 재판관 3인을 선출하는 것은 헌법상 권한인 동시에 의무이며 국민에 대한 책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헌재가 그동안 국회의 자율적 의사(議事)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 재판관 선출 문제에 관한 입장 표명을 가급적 자제하면서도 재판관 공석 상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만을 기다려 왔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하지만 “재판관 1인의 공석 상태가 이미 7개월이 넘었고 18대 국회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현재 문제를 조기에 해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재판관 공석이라는 위헌적 상태의 장기화를 심각하게 우려하게 됐다”고 입장 표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소장은 “재판관 1인 공석은 단지 1인의 공백이라는 의미를 넘어 심판 결과를 왜곡할 수도 있다”며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조속히 재판관 선출 절차를 이행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조대현 전 재판관이 퇴임한 지난해 7월 8일 이후 ‘8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헌법에 정해진 9명의 재판관 수를 채우지 못함에 따라 주요 결정을 미루는 등 사실상 파행 운영을 면치 못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이 조용환(53·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를 재판관 후보로 추천했지만 7개월여 만인 지난 9일 국회는 조 후보자 선출안을 부결 처리했다.

 헌재는 조 후보자 선출안 부결 이후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우려한 듯 언론에 배포한 참고자료를 통해 “공식 서한의 문안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헌법과 헌법정신만을 기초로 해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소장의 공식 입장 표명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가 세 차례나 조 후보자 선출안 처리를 무산시키는 동안 공식 입장 표명 한 번 없었던 헌재가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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