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가운데 주요 로스쿨이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성적을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법조계와 대학 등에 따르면 서울대 등 주요 로스쿨은 변칙적 장치를 통해 ‘성적 인플레’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학사관리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2010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높게 책정되면서 변호사 양산이 우려되자 로스쿨협의회에서 “학사관리를 엄정히 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스쿨들은 A(25%), B(50%), C(21%), D(4%) 등의 비율을 정해 학점을 배분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점 배분·학점 포기 등의 방식으로 이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 로스쿨은 실제 수강인원이 아닌 최초 수강신청자 수 기준으로 학점을 배분함으로써 낮은 학점을 받는 인원을 줄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은 특정 수업을 50명이 들었더라도 학기 초 100명이 수강신청을 했다면 최초 신청자 수인 100명을 기준으로 학점을 배분한다. 50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C학점 이하가 약 12명(25%)은 나와야 하지만 100명을 기준으로 하면 실제로 수업을 들은 50명이 모두 A 또는 B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 주광덕 의원실이 공개한 ‘법학전문대학원 학사관리 강화 방안에 따른 학사경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415명 가운데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은 2명(0.48%)뿐이었다. 학사 경고 대상은 ‘평균 학점 2.0 이하’에 해당하는 학생이다.
이 같은 학사경고 비율은 전국 최저 수준으로 25개 로스쿨 평균인 4.69%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전북대는 233명 중 18명(7.73%)이 학사경고를 받아 서울대의 16배에 달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로스쿨 성적 부여 방식은 학부 관례를 따른 것”이라며 “수강신청 취소가 많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적 인플레’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는 최초 수강신청자 기준 학점배분을 하는 대신 재수강 제도가 없다. 반면 대부분의 로스쿨은 C학점 이하에 대해 재수강을 허용하고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성적이 안 좋으면 같은 강의를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재수강이야말로 ‘성적 바꿔치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등 미국 로스쿨에서는 성적이 나쁠 경우 학장 주도로 재수강을 명령한다. 재수강이 일종의 징계 개념인 것이다. 또 성적표에 원래 성적과 재수강 성적을 둘 다 기록한다.
이와 함께 고려대·이화여대 등이 시행하고 있는 학점포기제도 논란의 대상이다. 학점포기제는 졸업을 앞두고 낮은 학점을 털어버린 뒤 쉬운 과목을 들어 학점을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로스쿨협의회 관계자는 “성적이 법원·검찰에 들어가거나 로펌 등에 취업하는 데 있어 기초 자료가 되는데다 학교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로스쿨이 학점 부풀리기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적을 어떻게 매기고 배분하는지는 각 학교가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사안이지만 조만간 협의회 차원에서 통일된 성적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엽·최종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