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골퍼의 꿈' 홀인원이 1년에 여섯번? 알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골퍼의 꿈’ 홀인원(hole-in-one, 티샷이 한 번에 홀에 들어가는 일). 그런 홀인원을 1년에 여섯 번이나 한 골퍼가 있다. 할 때마다 수백만원을 받았다. 미리 가입해 둔 골프보험 덕분이다. 1년에 홀인원으로 ‘번’ 보험금만 3500만원이다.

 금융감독원이 홀인원 보험금의 부당 청구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캐디나 동반자와 짜고 홀인원을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제보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보험사가 지급한 홀인원 보험금은 384억원. 이 기간 9396명의 보험 가입자가 “홀인원을 했다”며 1만1615차례 보험금을 받아갔다. 3회 이상 홀인원 보험금을 탄 고객도 67명이나 됐다. 5개월 동안 세 번이나 홀인원을 한 고객이 있는가 하면, 같은 골프장에서 다섯 번이나 홀인원을 했다고 자료를 제출한 고객도 있었다.

 홀인원 보험금은 홀인원을 한 골퍼가 통상 자축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개발됐다. 홀인원을 하면 보통 해당 골프장에 기념 나무를 심고 함께 경기를 한 이들에게 식사와 선물을 대접하곤 한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이런 비용을 보조해 준다는 의미에서 통상 500만원 안팎을 지급하곤 하는데, 홀인원 했다는 고객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다”며 “받은 보험료의 110%가 보험금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박종각 보험조사실 조사분석팀장은 “일부 고객은 홀인원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최근 3년간 자료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의심사례를 골라낸 뒤 수사기관과 협조해 사기 여부를 가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