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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가 ‘덕 봤던’ 리니언시 제도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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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동수 위원장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칼을 빼들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2일 한 방송에 출연해 “11개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3~4월에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3대 백화점과 대형마트, TV홈쇼핑 업체가 대상이다.

 공정위는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3~4월 백화점 등이 봄맞이 세일행사를 위해 새단장하면서 인테리어나 판촉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정위는 지난 1월부터 납품업체를 위한 별도의 제보센터를 통해 이와 관련한 단서를 수집하고 있다.

 업체들이 이미 약속했던 판매수수료 인하가 실제 제대로 이행되는지도 확인한다. 앞서 11개 대형유통업체는 지난해 9월 중소납품업체 판매수수료를 3~7%포인트 내리기로 합의했었다.

 11개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수준도 지난해에 이어 오는 6월에 또다시 공개한다. 여론의 압박을 통해 유통업체가 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소납품업체에 대한 수수료를 내려주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수수료 수준은 높다”며 “매년 수수료 공개를 통해 이를 낮추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자진신고자 감면)의 악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방침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건설산업비전포럼에 참석해 “두 업체 간 담합의 경우 2개 업체에 모두 리니언시 혜택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먼저 자진 신고한 1순위 사업자에게만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쪽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리니언시 제도는 1순위 신고자는 100%, 2순위 신고자는 50%의 과징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리니언시의 문제점은 지난달 적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백색가전 담합에서 나타났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평면TV와 노트북·세탁기의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 258억원과 188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적발 직전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한 LG전자는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다. 이어 담합사실을 신고한 삼성전자도 50%를 감면받았다. 두 업체 모두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구제를 받은 셈이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계속 감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골목상권까지 침투하고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을 취하는 일부 대기업 행위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대해선 “획일적인 제재보다는 실제로 불합리한 점이 무엇인지 맞춤형 제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리니언시 제도 담합을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제도. 적발이 힘든 담합 조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미국에서 1978년 처음 도입했다. 세계 40여 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담합을 가장 먼저 신고한 업체에는 과징금 전액을, 두 번째로 신고한 업체에는 과징금 절반을 깎아준다.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상습 담합업체는 자진신고를 해도 감면을 제한해주는 방식으로 올 초에 고시를 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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