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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노린다” 창용불패 무한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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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야쿠르트의 임창용이 22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 전 불펜투구를 하고 있다. 이날 임창용은 출전하지 않았다. [오키나와=연합뉴스]

“창용아, 한화 올래?”

 한대화(52) 한화 감독이 22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에서 만난 임창용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 임창용(36·야쿠르트)이 “삼성과 트레이드를 해야 가능합니다. (삼성이) 젊은 선수 달라고 할 텐데”라고 답하자 한 감독은 “그래? 그러면 여기서 야구 오래 해라. 무조건 해외에서 은퇴해”라며 표정을 바꿨다.

 임창용은 2008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갖추지 못한 채 일본 진출을 추진했고, 삼성은 임의탈퇴 형식으로 임창용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려면 삼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삼성이 아닌 팀으로 가려면 트레이드를 거쳐야 한다. 한 감독은 일본 최고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은 임창용이 탐나지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임창용은 두렵다. 그래서 국내로 돌아오지 말고 해외에서 은퇴하라고 한 것이다.

 임창용은 2008년 일본 내 외국인 선수 최저 수준인 연봉 30만 달러(당시 환율 약 3억5000만원)에 야쿠르트와 계약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비웃듯이 임창용은 최고구속 160㎞의 직구를 앞세워 일본 프로야구에 연착륙했고, 2010년 시즌 종료 뒤 3년간 최대 15억 엔(약 223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그의 올해 연봉은 3억6000만 엔(약 54억원)이다. 무모한 도전을 했던 그는 이제 ‘해외진출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임창용은 “한국에서 권태기가 왔고, 새로운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워낙 실력이 떨어져서 연봉을 많이 요구할 수가 없었다. 왜 나라고 많은 연봉을 받고 싶지 않았겠나”라고 떠올린 뒤 “후배들은 좋은 대우를 받고 일본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다행히 예전과 다르게 일본도 한국 야구를 인정한다. 일본 진출의 길이 넓어졌다”고 밝혔다. 이미 절친한 후배 오승환(30·삼성)에게 그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임창용은 “최근 승환이와 만났는데 해외 진출에 관심이 있더라. 승환이에게 ‘좋은 대우를 받고 일본에 와서 던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임창용은 혈혈단신 대한해협을 건넜던 2008년보다 더 큰 꿈을 꾼다. 일본 구원왕 등극과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그는 “고연봉 선수가 됐지만 나는 여전히 ‘용병’이다. 일본 선수보다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은 뒤 “야쿠르트에서 2년을 더 뛸 수 있다(2013년은 옵션). 2년 안에 일본에서 구원왕을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 구원왕에 등극한다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임창용은 “올 시즌 끝나고도 구위가 괜찮으면 미국 진출도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엽(36·삼성)·김태균(30)·박찬호(39·이상 한화) 등 임창용과 함께 일본에서 뛰던 선수들이 올해 국내로 복귀했다. 임창용은 여전히 일본 마운드를 지킨다. 한국에서 13년 동안 104승 66패 168세이브 6홀드를 기록했고, 일본 진출 후 4년간 11승13패 128세이브를 올린 그는 한·일 통산 300세이브에 4세이브만 남겨뒀다. 무모한 도전을 성공으로 바꾼 그는 “일본에서 5년째다. 기록이 쌓이는 기분이 참 좋다”고 했다.

  이날 47개의 불펜 피칭으로 감각을 조율한 임창용은 26일 라쿠텐과의 평가전에 처음 등판할 예정이다.

오키나와=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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