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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대학별 논술 분석해보니]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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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논술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중앙포토]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논술 중심 전형은 모집인원과 논술고사 반영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다. 논술만 잘 치르면 부족한 내신 등급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부 교과성적이 부족한 수험생들은 논술 전형을 입시전략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별로 논제와 문제 유형이 정형화되는 추세다. 지원하려는 대학의 기출문제를 토대로 문제에서 요구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대학이 원하는 모범답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면 합격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다는 얘기다. 2012학년도 대입 논술문항을 공개한 서울대 정시와, 연세대·고려대 수시 논술 출제경향을 분석하고, 대비전략을 제시한다.

2012학년도 논술고사의 전반적 특징

#인문계열, 교과통합 강화 제시문 다양화= 인문계열은 대학별로 출제경향의 틀은 큰 변화가 없다. 서울대는 2008학년도 이후 ‘통합논술’을 기반으로 한 다(多)문항·다(多)논제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대도 2009학년도 모의논술부터 출제된 요약과 비교·비판, 논리추론 문항을 지속적으로 출제하고 있다. 논제 수에서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문항 내용이나 유형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연세대의 경우 2011학년도부터 시험시간을 3시간에서 2시간으로, 논제 수를 3개에서 2개로 줄였다. 하지만 비교·비판, 자료해석형 문항 출제의 틀은 유지하고 있다.

 2012학년도 인문계 논술에선 교과통합이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기존엔 인문·사회교과와 연계한 문항을 주로 출제했지만, 올해 입시에선 통합교과 범위를 수리·과학교과로 확장했다.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는 과학교과와 통합한 문제비중이 늘어났으며, 고려대는 수리적 사고를 요하는 논제를 출제했다. 제시문도 동서양 고전은 물론 통계·그림·사진 등의 자료를 활용해 형식과 내용을 다양화했다. 특히 통계자료의 활용빈도가 늘어났다.

#자연계열, 본고사형 문제 강화= 최근 대학별로 자연계 논술고사의 큰 변화는 수리논술 비중의 강화다. 연세대는 올해 과학논술 문항을 1세트만 출제하면서 지난해 40%였던 수리논술 비중을 60%로 늘렸다. 2012학년도 논술고사에선 사실상 ‘본고사’형에 가까운 문항이 주를 이뤘다. 자신이 아는 공식을 활용해 정확한 답을 구해야 하는 문제가 출제됐으며, 단순 계산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고난도 문제 비중이 늘었다. 비상에듀 이치우 입시전략연구실장은 “제시문에선 분량을 줄여 간단한 자료만 주고 문제 요구사항을 해결하도록 해 논술이라기보단 과거 본고사 문제와 유사했다”고 말했다. “자연계열 논술고사는 문제가 요구하는 공식·핵심용어·법칙 등을 정확하게 사용해 출제자가 의도한 결론이나 정답을 이끌어 냈느냐가 점수차를 벌렸다”고 분석했다. 자연계 논술은 글의 표현과 같은 답안작성 능력은 감점요인으로 작용할 뿐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요구한 개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제대로 활용했는지가 변수였다는 설명이다.

최석호 기자

서울대 정시 논술

#인문계열= ‘쉬운 제시문, 어려운 논제’라는 출제경향을 유지했다. 제시문의 내용을 단순히 분석해서는 해결되지 않는 논제들로 구성했다. 높은 수준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구했으며, 문학과 사회과학, 사회과학과 수리능력 등 이질적인 개념들을 융합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제시문은 문학작품인 『분노의 포도』와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수리 관련 지문, 나폴레옹에 관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내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왔다. 얼마나 많은 배경 지식이 있는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사회탐구 과목에 나오는 개념들을 충실히 활용한 학생들이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했다. 단, 특정 선택과목에 한정된 개념이 아닌 사회탐구 모든 과목과 관련한 개념들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논제 구성엔 변화가 있었다. 문항 1과 2의 경우 요구사항을 달리한 3개의 세부논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세부논제에 대한 분량 제한은 두지 않은 채 전체분량에만 제한을 뒀다. 종로학원 김명찬 평가이사는 “논제별 분량에 제한을 둔 문항 3과 달리, 자유로운 글쓰기로 수험생의 창의력을 평가한 것”이라며 의미를 해석했다. “1000자 이상의 장문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지, 논리적 구성력까지 평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별논제의 요구사항을 누락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원하는 답안분량을 충족하려면 논술에 필요한 사회교과 중심의 개념학습은 물론, 장문형 글쓰기 연습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연계열= 5시간 동안 4개 문항을 해결하도록 했다. 4개 문항 중 수리 단독형 문제는 1개 출제했으며, 3개 문항은 과학 관련 지식을 물었다. 문항 1과 2는 각각 생물과 화학, 생물과 물리교과를 통합했으며, 문항 3은 수리 단독으로, 문항 4는 지구과학과 물리교과를 연계해 출제했다. 교과서에 나온 기본 원리를 특정 현상에 적용해 설명하는 능력을 갖췄는지, 교과 간 상호연계가 필요한 개념에 대한 통합학습이 돼있는지가 주된 평가요소였다.

 문항 1에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전통주(酒)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제시문에 함축돼 있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를 통합해 실험결과를 추론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공통과학에서 다루는 발효를 소재로 해 산소호흡과 알콜 발효과정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는지가 핵심이었다. 특정 상황을 주고, 원인을 분석하는 문제는 그 동안 출제된 서울대 논술문항의 공통된 특징이다. 원인을 분석하려면 단순한 교과암기가 아니라 제시문에 나온 특정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실험을 통한 이론 확인 문제는 서울대 논술에서 자주 출제되는 유형이어서 교과서에 나온 탐구과정을 유심히 살피는 게 최우선 과제다.

 3번째 문항으로 출제된 수리 단독형 문항은 세부 논제를 풀어내면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단계적으로’ 평가했다. 수리 단독형 문제의 경우 미적분과 관련한 문항이 주를 이루는데, 평소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파생되는 개념을 확장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연세대 수시 논술

#인문·사회계열= 연세대는 인문계열과 사회계열로 세분화해 각기 다른 문제를 출제한다는 특징이 있다. 인문계열은 인간행동과 정신활동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유기적 관련성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사회계열은 하나의 특정 개념을 두고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에서 특정 원리를 찾아내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올해 논술고사의 경우 인문계는 ‘낭비’의 관점에서 2개의 제시문을 비교하고, 또 하나의 제시문에서 말하는 정신활동에 대한 이해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문제가, 사회계열은 한 사회에 ‘새로움’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수행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제시문 3개의 논지를 비교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문제 형식은 요약과 비교, 해석, 문제해결, 견해제시 등으로 인문·사회계열이 동일했다.

인문·사회계열 1번 문항으로 출제된 비교·분석형 문제는 3개 제시문을 관통하는 분류기준을 찾아낸 뒤 각 제시문이 가진 세부적인 차이점을 부각시켜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오 이사는 “연세대 인문·사회계 논술을 준비한다면 우선 제시문에서 말하는 핵심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특정 제시문이 갖고 있는 다른 제시문과의 구체적 차이점은 무엇인지까지 분석해낼 수 있어야 한다”며 “평소 기출문제나 모의논술 문항을 풀고 난 뒤에는 학교가 제시한 모범답안을 참고해 수험생 본인이 찾아낸 분류 기준이 출제자가 요구하는 기준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을 당부했다.

#자연계열= 수리·과학논술 크게 1문항씩 출제됐다. 1번 문제로 출제된 수리문항은 직선의 기울기와 도함수, 함수의 최대값 등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개념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낼 수 있는지 평가했다. 4개의 논제가 주어지면서 여러 개념을 문제의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문제 1-1에서 제시문에서 주어진 집합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물은 것을 시작으로, 문제 1-4에서는 함수의 미분에서 나오는 여러 개념을 주어진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고난도 문항이 나왔다. 수리논술 문항의 경우 구체적인 수치를 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비중이 늘고 있으며, 단원이나 개념간 통합을 강조한 문제가 주를 이룬다. 이 실장은 “미적분이나 공간도형, 벡터와 관련한 문제가 자주 나오지만, 다른 단원의 내용과 연계해 특정 개념을 증명하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지가 주된 평가요소”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심층면접에서 출제될 법한 고난도 심화문제까지 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 문항에서는 ‘가상의 두 행성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의 특징에 대해 추론’하고, ‘두 행성의 천문·물리학적 환경에 대해 비교분석’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연세대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교과와 관련한 지식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평소 특정 교과에 나오는 주요 개념이 다른 과목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확장·응용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면서 심화 학습하는 게 중요하다.

고려대 수시 논술

#인문계열= “평가가 가장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형태의 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게 고려대 논술 출제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단독요약형인 문항 1과 수리형인 문항3을 지속적으로 출제해오고 있다. 고려대는 또 ‘독해능력’을 중요하게 보며, 논제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해 요구사항에 맞는 답안을 작성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논제의 요구사항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서두문장을 쓰지 말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입시에서는 문항 1에서 요약해야 할 지문분량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 하지만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분량과 배점은 커졌다. 요약형 문항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제시문에 나온 핵심 정보와 주변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중심 문장과 중심 문단을 찾아낸 뒤 그 부분에만 주목하고, 나머지 부연설명은 답안 작성 과정에서 과감히 버리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시문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핵심어를 토대로 중심문장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다. 인문계 A형 문항 1의 제시문의 핵심어는 ‘자유’와 ‘간섭’이었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첫째 문단이나 마지막 문단만 제대로 파악했다면 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자율의 순기능과 간섭의 역기능’이라는 것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형인 문항 3은 함수의 여러 성질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평가했다. 오 이사는 “고려대 인문계 논술 수리형 문제는 주로 명제나 조건, 함수, 최대와 최소, 지수, 행렬, 수열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해당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자연계열= 2개의 수리문항과 4개의 과학문항으로 구성했다. 과학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관련 문제를 각각 출제해 4개 문항 중 2개를 선택해 풀도록 했다.

수리문항은 예년보다 다소 쉽게 출제했다. 수학Ⅰ·Ⅱ와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교과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지, 분석·추론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오전에 치러진 A형 문제에서는 ‘이차함수의 그래프 분석’을 토대로 함수의 관계식을 도출하도록 한 문제와 ‘공간도형, 벡터, 함수의 극한’ 개념을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수리문항으로 출제했다. 오후에 시험을 본 B형은 ‘행렬과 수열 점화식’의 관계를 유추하는 문항과 ‘함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간도형의 특징’을 해석하는 문제가 나왔다. 과학문항은 문제 대부분이 과학Ⅱ에 나오는 내용을 포함해 출제했는데, 물리와 생물 문항의 체감난이도가 높았다. 물리에서는 ‘원운동과 원자모형’과 ‘입자가속기와 역학’ 관련 주제가, 생물에서는 ‘암세포’ ‘신경세포의 전기화학적 특성’ 관련 주제가 나와 수험생들이 생소하게 느꼈다.

수리문항은 단원간 연계가 뚜렷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정 단원을 공부할 때도 ‘어떤 단원, 어떤 개념과 어떻게 연계 출제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수학Ⅱ의 미적분 단원을 공부할 때 ‘이차도형’ 부분과 관련 짓거나, 과학교과에 나오는 ‘미생물의 증식속도의 미분식’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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