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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의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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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날 한신과의 평가전에서 손가락을 다쳤던 이대호가 19일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일본=연합뉴스]

이대호(30·오릭스)가 19일, 일본 진출 후 두 번째 공식 경기에서 안타를 뽑아냈다. 그러나 전날 첫 경기에서부터 일본 투수의 몸 쪽 공에 손가락을 다쳐 일본 선수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이대호는 19일 오키나와현 기노완 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평가전에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1안타를 기록하며 두 경기 만에 일본 무대에서 안타를 터뜨렸다. 이대호는 이날 손가락이 부은 채로 경기에 나섰지만 안타를 치며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18일 치른 첫 평가전에서 몸 쪽 공 위협에 시달렸다. 이날 한신과의 평가전에 4번 타자·1루수로 출전한 그는 1타수·무안타·볼넷 1개를 기록했다. 2회 첫 타석에서 한신의 오른손 투수 아키야마 다쿠미와 볼카운트 2-1의 다소 불리한 상황에 몰렸지만, 침착하게 볼 3개를 연달아 골라 출루했다.

사실 이대호는 볼넷이 아닌 몸 맞는 공으로 나갈 수 있었다. 아키야마가 던진 네 번째 공이 몸 쪽 깊이 파고들었고, 이대호의 왼손 약지 부근을 맞고 튕겨 나갔다. 이대호가 주심에게 “방망이를 쥔 왼손에 공을 맞았다”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카다 아카노부(55) 오릭스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이대호가 방망이를 쥐는 부분에 공을 맞았다. 약지가 붓고 있다. 다음 평가전을 나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일본 데일리스포츠 온라인은 19일 “오카다 감독이 경기 후 ‘데드볼’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다. 오릭스 더그아웃의 공기가 험악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투수들의 견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일본 투수들은 몸 쪽에 바짝 붙는 공으로 타자를 몰아붙인 뒤 변화구를 던져 범타를 유도한다. 오카다 감독은 지난 11일 자체 홍백전이 끝난 뒤 이대호에게 “상대 투수에게 위협구나 몸 쪽 공 등으로 공격받을 때 대처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대호 역시 가만히 당할 생각은 없다. 그는 경기 후 “확실한 사구(死球)였다. 공식전이라면 더 강하게 어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지난달 29일 일본 출국에 앞서 “상대 투수가 내게 좋은 공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몸 쪽 공이나 위협구도 던질 것”이라며 “프로생활 10년째다. 고의인지 아닌지 느낌이 온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항의하겠다. 무조건 당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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