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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과 사별 60대男, 연애의 조건은 집 아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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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5년 전 암으로 부인과 사별한 김모(66세)씨는 요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서울 시내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어서 생계에는 큰 지장이 없는데도 다른 문제가 가로막았다.

 바로 연금자산이 부족한 것. 네 자녀를 학교 보내고 결혼까지 시키느라 미처 자신의 노후 준비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국민연금으로 나오는 월 39만원 정도 이외에 다른 연금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는 요즘 소개팅에 종종 나간다. 그런데 만나는 여성들마다 한결같이 연금을 얼마나 타는지 물어보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자산이 넉넉하게 있다고 설명해도 ‘자식에게 뺏기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퇴짜를 놓아 여간 낭패가 아니다. 지금까지 사업체 운영으로 꾸준한 수입을 올렸기 때문에 노후준비에 대해 무관심했는 데 연금부족이 재혼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나이가 들어 충분한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꾸준한 수입이 없는 중장년층은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노후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대략 60세부터 노후생활을 시작한다면 30년 정도 부부가 사용할 생활비가 필요하다. 또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에 부인이 추가로 10여 년 더 생존할 때 사용할 생활비도 있어야 한다. 의료비와 간병경비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이런 비용에 대해 평생소득을 마련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평생소득이란 은퇴 후에 마치 월급처럼 규칙적으로 매월 통장에 입금되는 현금 수입을 말한다. 사실 고령이 되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제대로 굴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외국에서는 연금(annuity)을 통해 평생소득을 마련한 다음 별다른 고민 없이 노후생활을 편하게 지내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그래서 우리도 이른바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해 자신의 자산을 평생 소득화하는 방법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셋째, 연금상품을 이용하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대부분의 연금상품들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적립해야 연금을 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길게 납입하는 시간 여유가 없거나 수입이 불안정해서 목돈을 한꺼번에 불입하는 편이 나은 경우에는 목돈을 내고 연금을 원하는 시기에 타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상품을 일시납 상품 또는 즉시연금이라고 한다. 현역 시절 동안 김씨처럼 사업 등으로 모은 목돈이나 부동산 자산, 예·적금과 펀드 같은 금융자산 등을 통해 굴린 자금으로 즉시연금에 한꺼번에 가입한 후 자신이 원하는 시점부터 연금으로 탈 수 있다. 최근 복권도 목돈보다는 연금복권이 유행하듯이 이러한 연금화 상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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