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글이 인수한 국내벤처의 비결 … 시장, 따라가기보다 그들 방식대로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태터앤컴퍼니 창업자 5인. 각자 창업해 일하다 보니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늘 서로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김보경 라이포인터랙티브 대표,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 차경묵 플라스콘 대표, 한영 태터앤미디어 대표,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 [김성룡 기자]

실리콘밸리의 시작이 그렇듯, 한국 벤처 생태계의 꼭짓점에도 몇몇 성공한 기업이 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그룹은 ‘태터앤컴퍼니’다. 이 회사는 구글에 인수된 국내 유일의 기술 벤처다. 2008년 피인수 당시 이 회사 직원은 15명. 그중 5명이 당시 성공 경험과 획득한 부(富)를 밑천 삼아 새 회사를 창업했다. 직원 3분의 1이 창업자가 된 것이다.

창업자인 노정석(36)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아블라컴퍼니를 차렸다. 사업부 책임자이던 한영(39)씨는 이 부문을 따로 떼내 태터앤미디어를 출범시켰다. 정윤호(33)씨는 카테고리별 SNS를 제공하는 유저스토리랩을, 엔지니어였던 김보경(34)씨와 차경묵(32)씨는 각각 소셜게임업체 라이포인터랙티브와 모바일게임업체 플라스콘을 창업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태터앤컴퍼니의 성공 신화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창업의 꿈을 다지게 됐다”고 했다. 정윤호 대표는 “그때 회사가 망했다면 각자 다른 길을 가지 않았겠느냐”고도 했다.

실제 이들에게 성공 경험, 고락을 함께한 동료의 존재는 제2, 제3창업의 원동력이 됐다. 서로가 가장 믿을 만한 조언자임은 물론이다. 김보경 대표는 소셜게임 ‘트레인시티’를 만들면서 게임 개발 경험이 많은 차경묵 대표에게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차 대표는 또 노정석 대표로부터 회사 설립에 필요한 실질적 조언을 들었다.

태터앤컴퍼니 역시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2005년 창립 당시만 해도 독립 도메인을 쓰는 설치형 블로그에 대해 시장도, 고객도 이해하지 못했다. “포털사이트 블로그도 편리한데 왜 굳이 그걸 하느냐”는 이들도 있었다. 그때 힘이 됐던 게 바로 동료들이다. 노정석 대표는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고 그걸 따라가선 성공하지 못한다. 열정과 재능을 가지고 시장을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꿈은 어찌 보면 허황되기 때문에 이해받기 어렵다. 그래서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야 큰 난관을 만나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영 대표 역시 “태터앤컴퍼니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새로 소개한 사람들이 새 회사의 핵심 멤버”라며 “꿈과 비전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정석 대표와 김보경 대표는 회사 매각 뒤 구글의 엔지니어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도 처음부터 글로벌기업으로 태어난 게 아니었다”고 했다. 엄청나게 많은 창업자와 기업이 실리콘밸리로 모여들고, 그들 간의 경쟁에서 기어코 살아남은 최강자이기에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왜 그렇게 많은 이가 실리콘밸리로 몰리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성공의 경험 때문이라는 것.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성공을 보며 꿈을 키운 사람들이 결국 그 다음 신화의 주인공”이라며 “우리도 후배들에게 그런 꿈의 자극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