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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간부, 스마트폰으로 공문 찍어 유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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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방부는 공무원과 군인, 군무원이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개인 통신기기를 등록 후 사용토록 하고 있다. 등록필증(붉은 점선 안)이 없는 통신기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발각되면 문책을 받는다. [국방부 제공]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사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군 보안에 허점이 생겨나고 있다. 부대 내 사용을 통제할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군의 방침이나 기밀이 외부로 새나갈 위험이 커진 것이다.

 외부 유출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육군 군수사령부 소속의 모 부대에서 부대장이 ‘나는 꼼수다’ ‘가카 퇴임일 카운터’ 등 일방적인 정부 비판을 담은 애플리케이션(앱) 8개를 삭제하라는 공문을 하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달 17일엔 개인 스마트폰을 수거해 정부 비난과 북한 찬양 내용의 앱 10개를 삭제한 육군 모 군단의 조치에 반발한 부사관이 공문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언론에 유출시켰다. 이와 관련,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6일 “북한과 맞서고 있는 군이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에 접속하거나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방하고 명령에 반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말했다.

 군은 스마트폰의 앱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그와 관련한 문제가 벌어질 경우 사후적으로 헌법이나 군형법, 군인복무규율, 군사보안업무훈령 등을 통해 포괄적으로 해석해 대처하고 있다. 사전적으론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해당 부대의 지휘관이 판단해 사용을 금지하는 게 전부다. 정보기술(IT)의 발달과 보급 속도를 못 따르고 있는 셈이다. 군 관계자는 “대통령 모독은 군형법 64조의 상관모욕에 해당하기 때문에 군 기강 차원에서 관련 앱을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의사표현 침해라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오는 4월과 12월 예정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 논란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허술한 군 간부들의 보안의식이다. ‘SNS 보안지침’엔 ‘사진 촬영시 군사 보안에 주의하라’고 돼 있지만, 지난 2010년 12월 일부 부대에서 병사들의 생활관(내무반)이 인터넷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편의를 이유로 업무문서 사진이 전파를 타는 건 부지기수다. 군 간부들의 스마트폰이 해커들의 표적이 될 경우 속수무책이다. 동영상은 물론이고 녹음, 사진 촬영 등을 통해 군사기밀이 술술 새나갈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통한 보안사고는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군은 간부들에 한해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를 등록 절차를 거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약 5만 명이던 등록자는 반년 새 9만4000여 명으로 늘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인터넷과 사진 촬영·전송이 가능한 스마트폰의 경우 군 간부뿐 아니라 공무원과 군무원 등 국방업무 종사자 전원이 등록 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은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진 않고 있다. 업무용 컴퓨터의 인터넷 접속을 막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등록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선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막거나, 군 보안용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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