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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동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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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동 모습. 서울시는 6일 전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으로 쓰이는 시유지를 더 이상 무상 임대해 줄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경찰청에 보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으로 쓰이는 시유지와 건물을 더 이상 무상 임대해줄 수 없다는 공문을 경찰에 보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트위터를 통해 경호동 폐쇄 의사를 밝힌 지 일주일여 만이다.

<중앙일보>1월 30일자 16면>

 시는 “전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동으로 쓰이는 연희동 95-7번지 시유지(市有地)의 무상 사용기간(2년)이 4월 30일로 만료돼 이후로는 무상 사용이 어려우니 대안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6일 경찰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시는 해당 부지를 유상으로도 임대해 줄 수 없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했다. 서울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문제의 건물은 원래 예술가를 위한 창작공간이었던 만큼 본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경찰은 반발하고 있다. 해당 건물과 땅이 1987년 전 전 대통령 퇴임 직후부터 계속 경호 부지로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0년 이상 아무 문제없이 사용하던 시유지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서울시장이 취임했다고 갑자기 나가라는 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 전 대통령의 지방세 체납 부분도 논란거리다. 전 전 대통령은 사저 내 연희동 별채 건물을 처남인 이창석씨에게 팔면서 국세인 양도소득세(3억원)와 지방소득세(3800만원)를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방세를 내지 않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과연 시유지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 정서상 맞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별개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정윤재 교수는 “계약이 연장되든 안 되든 간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며 “인기나 평가 요소가 경호 문제와 결부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끝까지 서울시가 협조하지 않으면 경찰은 별도 예산을 책정해 다른 사유지(私有地)를 매입한 뒤 경호동을 지을 수밖에 없다. 경찰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희동 소재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를 위해 모두 93명의 인력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호 부지를 위해 사유지를 비싸게 매입한다 해도 전직 대통령 부부가 사망한 뒤 해당 부지는 쓸모없는 땅이 된다”며 “시유지를 빌려줄 수 없다는 박 시장의 태도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경호동 신축 때문에 한때 내곡동 사저 건축을 추진하다 곤욕을 치렀다. 취임 전 사저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인근 주택을 매입해 경호시설을 지어야 하는데 평당 3000만원이 넘는 땅값 탓에 책정된 부지매입비(40억원)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전 대통령의 경호동만 시유지일 뿐 다른 대통령의 경호 건물은 모두 국가가 땅을 사들여 지은 것이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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