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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김정일 부부관계로…" 리트윗, 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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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트위터를 통해 130건의 이적 표현물을 리트윗(재전송)하고 게시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로 구속 기소된 박정근(23)씨 사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씨 측이 “단순한 장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검찰은 “리트윗 횟수 등으로 볼 때 의도된 이적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5일 수원지검에 따르면 서울 암사동에서 사진관을 운영 중인 박씨는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북한 체제 홍보 트위터 ‘우리민족끼리’의 게시물 96건을 리트윗하고 이적 표현물 34건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 기소됐다. 그가 리트윗한 ‘우리민족끼리’ 게시물은 모두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박씨가 직접 작성해 트위터에 올린 글에도 “수령이시여. 우리들에게 명령만 내리시라. 단숨에 달려가 원쑤 미제 이 땅에서 소탕하리라”(2011년 12월 15일) 등의 주장이 담겼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2010년 11월 연평도 공격 사건 때는 “서울에는 고유 문화가 없습니다. 다 괴팍하게 변이된 문화들이라 서울 불바다 만들고 지도상에서 없애버려야 합니다 ”라는 트윗을 띄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박씨와 변호인 측은 “오히려 북한 체제를 조롱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가 최근 1년간 박씨의 트위터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농담인지, 진담인지를 알 수 없는 글들이 뒤섞여 있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섹스로 생긴 자식이 아니라 그냥 나온 유산균 같은 존재입니다”(2011년 12월 19일), “김정일은 좋은 거 많이 먹어도 일찍 죽었으니 님들도 쓰레기 줏어먹고 죽어버리세요”(2011년 12월 20일) 같은 식이다.

 검찰이 트위터에서 이적 표현물을 리트윗한 혐의로 피의자를 구속한 것은 박씨가 처음이다. 지난해 8월 김모(44)씨가 ‘우리민족끼리’ 게시물 30여 건을 리트윗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선거사범의 경우 허위 인터넷 게시물을 30회 이상 올리면 구속 수사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리트윗에 대해선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사범에 대해선 인터넷 게시물 횟수 등에 관한 구속 기준이 없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보안법 사범의 경우 리트윗한 횟수에 관계없이 의도가 사법 처리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박씨를 기소한 수원지검 측은 “박씨가 올린 글이 장난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적 표현물 게시 건수가 워낙 많은 데다 기소 내용에 포함된 130여 건 가운데 80여 건을 수사 개시 후 올리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박씨와 변호인 측은 “자신의 리트윗이 이적행위임을 알지 못했던 피의자를 구속 기소한 것은 국가보안법을 과잉 해석한 것”이라 고 말했다.

 이 사건은 해외 언론에도 보도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2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이번 사건은 풍자를 이해하지 못한 당국의 실수”라는 박씨의 주장과 “박씨에 대한 기소가 철회되어야 한다”는 샘 자리피(Sam Zarifi) 국제엠네스티 아태 국장의 언급을 전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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