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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성의 홍콩뷰] 경기에 민감 한국증시 … 외국인 ‘러브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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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에 국내 시장이 반등하고 있다. 올 들어 7조원 넘게 사들였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가 늘어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아직 이른 느낌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만 사들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의 외국인 투자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특별히 한국 주식이 매력적이어서 매수 비중을 늘린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한국 주식 비중을 줄여 놓았다가 시장이 반등하면서 점차 채워가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선진시장에 대한 비중 축소, 신흥시장에 대한 비중 확대라는 그림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 홍콩 펀드 매니저들이 모두 낙관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이들은 유럽 리스크가 아직 사라진 것이 아니고 유동성 증대가 실물경기와 기업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올 들어 10% 이상 오른 아시아 증시는 이미 유동성 기대감을 충분히 반영한 셈이다. 아직은 보수적인 시각이 상당수 존재한다. 유럽 문제가 획기적으로 풀리고, 기업실적 개선이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 속도는 둔화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한국 증시가 아시아에서 가장 경기에 민감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곧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 가장 큰 수혜를 받겠지만, 반대의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이런 생각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과거 글로벌 위기가 왔을 때 가장 큰 충격을 입었다는 기억이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이런 선입견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시장이 크게 떨어졌다. 반대로, 올해 경기가 최악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런 선입견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종별로 본다면, 지난해 외국인은 방어적 성격의 주식에 집중했다.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돼서다. 중국(H주)에서는 외국 브랜드 자동차 기업이 인기가 많았다. BMW를 중국에서 제조·판매하는 브릴리언스는 지난해 주가가 41% 올랐다. 중국 증시가 22% 떨어지는 가운데 거둔 성과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에도 중국에서 BMW는 중국 내 생산량 부족으로 주문하면 3~6개월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중국의 부유층 증가로 이들 계층의 소비 품목은 긴축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면 아시아 경기 전반과 관련된 부동산이나 인프라, 정보기술(IT)·소재 등 주식은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

 올해는 방어적 성격보다는 성장성이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시장에서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더 경쟁력 있는 영역을 주목해야 한다. 성장성 면에서 외국인은 한국보다 중국을 선호한다. 이런 관점에서 IT·산업재 등이 좋아 보인다. 한국의 IT 기업은 상당수가 글로벌 블루칩 주식이다. 대만도 IT 강국이기는 하지만 세계 경쟁력 있는 기업은 국내처럼 많지 않다. 휴대전화만 해도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고속성장을 하는데, 대만 대표기업인 HTC는 최근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가 호전된다면, 외국인의 국내 IT 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부품·기계 등 산업재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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