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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만 되면 펀드 환매 근질근질 … 부자되기 힘든 당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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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펀드가 여러 개 있으면 조금이라도 수익이 난 펀드를 환매하고 손실 난 펀드를 붙들고 있는다. 후에 환매한 펀드는 성과가 날아가고 들고 있는 펀드는 계속 비실댄다. 수익 난 펀드가 아니라 전망이 좋지 않은 펀드를 환매해야 한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의 조언이다. 최근 펀드 투자자의 투자 패턴에 대한 비판에서 나온 말이다. 주식시장이 오르면서 펀드에서 돈이 빠지고 있다. 코스피지수 1900선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자 펀드 시장을 떠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877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18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돈이 빠져, 올 들어서만 3조원 가까이 이탈했다. 지난해에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6조7000억원이 빠졌다.

 전문가는 이런 ‘본전 심리’만으로 펀드를 환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펀드 환매에도 법칙이 있다고 조언한다.

 먼저 ‘지진아’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내 펀드가 시장이나 다른 비슷한 유형의 펀드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다면 환매를 생각해 봐야 한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지난해 -1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11% 떨어졌다. 그러나 2010년 시장이 22% 오르는 데 내 펀드가 10% 수익을 냈다면 그건 꼴찌에 가까운 성적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의 이연주 연구원은 “장기 투자한다고 무조건 들고 있을 게 아니라 왜 이런 성과를 거뒀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장래성’이다. 주가를 맞히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 짐작 가능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 경제가 그렇다. 일본 주식시장을 낙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1일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일본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36bp로 말레이시아·중국보다 높았다. 일본의 연간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는 등 일본 경제의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지난해 12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언제든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WM컨설팅부 차장은 “일본 경제 전망이 이런데도 원금을 손해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펀드를 들고 가기보다는 다른 유망한 펀드로 갈아타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편식’이다. 2007년 해외 펀드 비과세 조치에 따라 국내에서는 해외 펀드 바람이 불었다. 특히 중국 펀드와 브릭스 펀드로 자금이 쏠렸다. 전체 해외 투자분의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펀드 편식이 심한 상황인데도 투자자들 가운데 중국 펀드는 손실을 보고 있어 환매를 꺼리고 다른 수익 난 펀드를 환매하는 경우가 있다. 원금 보전 여부가 아니라 분산투자 차원에서 펀드 환매를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체력’이다. 펀드 덩치가 계속 줄고 있다면 환매를 고려해야 한다. 배 연구원은 “아무리 운용을 잘한다고 해도 환매가 계속 이어지면 매니저가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환매가 나오니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그러면 주가가 떨어지니 펀드 수익률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 ETF)

특정 주가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르는 인덱스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상품이다. 개별 주식을 고르는 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펀드 투자의 장점과, 언제든지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 주식투자의 장점을 합쳤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100여 개의 ETF가 상장돼 있다. 주식처럼 거래되기 때문에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왔는지 나갔는지를 따질 때에는 ETF를 제외한 수치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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