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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수준" 물가상승률 전국 1위 '비싼 도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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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남 여수 지역이 ‘엑스포 특수’와 외지 인구 급증 등의 여파로 지난해 전국 도시 중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여수 신항 일대의 박람회장 전경. [여수=프리랜서 오종찬]

전남 여수시에 사는 박선영(39·여)씨는 5일 동네 미용실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이발요금이 이달부터 5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미용실 원장은 다른 물가가 모두 뛰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아이들 커트 요금을 한꺼번에 60%나 올린 건 심하다” 고 말했다.

 인구 29만3000명의 지방도시 여수가 ‘엑스포 특수’로 들썩이고 있다.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지역 경제가 세계박람회(여수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전례 없는 활황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호황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여수 시민에게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가 바로 골칫거리다.

 여수 지역에는 최근 1년 사이 건설 근로자와 엑스포 조직위 직원 등 2만6000여 명이 외부에서 유입됐다. 기존 여수 시민의 9%에 이르는 규모다. 이들은 여수의 음식값과 숙박료 등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평균 3~4개월씩 여수에 머무르는 동안 시내의 식당과 숙박업소에서 단체로 숙식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1년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여수의 물가는 4.9% 올라 전국 도시 중 최고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4%)을 20%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의 압박은 더욱 심각하다. 여수시의 주요 업소에 대한 조사 결과 외식 및 이·미용요금은 1년 전보다 평균 10~20% 올랐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 업소들의 인상 폭까지 감안하면 “폭등 수준”이라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2010년 4000원 선이던 여수의 비빔밥 가격은 평균 5500원대로 올랐다. 6000~7000원이던 갈비탕은 8000~1만원으로 올랐고, 삼계탕은 9000원 선에서 1만2000원까지 뛰었다.

 집값과 방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근로자와 박람회 요원 등이 밀려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수 시내의 집과 방이 품절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람회장 인근인 여수시 소호동 일대 숙박업소는 지난해 9월부터 예약이 완료됐다. 평균 3만원 선이던 숙박료는 웃돈이 붙어 5만원에 육박했다. 원룸도 한 달 임대료가 평균 30만원에서 45만원으로 치솟았지만 이마저도 빈방을 찾기 힘들다. 숙박업소가 밀집된 여수터미널 인근과 봉산시장 일대에서는 ‘달방’(여인숙·모텔을 월 단위로 계약)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엑스포 개최에 따른 투자심리 회복으로 부동산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아파트값은 1년 전보다 3.3㎡당 평균 100만원 이상 올랐다. 웅천지구와 여서동 등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2년 새 배가량 치솟았다. 여수시 서병군 지역경제과장은 “엑스포 기대 효과와 기존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돼 상승 폭이 컸다”고 말했다.

여수=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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