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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보가 기가 막혀~’ 영어로 바꾸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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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최동현

전북 군산대 최동현 교수 팀이 춘향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의 영문화 작업을 최근 마쳤다.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판소리가 세계 무대를 향해 나아갈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소리꾼 혼자 창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1인 오페라’인 판소리는 문어체·한문을 많이 사용해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 교수는 오석형(군산대)·박승배(울산 과기대) 교수와 손잡고 판소리의 사설(이야기)을 영문으로 번역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공연 때 사용할 수 있는 국·영문 자막 시스템도 만들었다. 외국인들은 영문 자막을 보면서 판소리의 내용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지난해 10월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적벽가·심청가 공연 때 영문 자막을 시연, 외국인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에 영문으로 나온 사설집은 또 다른 외국어로 판소리를 번역할 때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최 교수팀은 2007년부터 5년간 심혈을 쏟았다. 먼저 유파 별로 조금씩 다른 판소리 사설(바디)을 수집한 뒤, 일일이 주석을 달아 국문 사설집을 만들었다. 이를 다시 영문으로 번역하고, 전산화해 자막으로 만들었다.

 작업은 1년에 판소리 한 바탕씩을 진행했다. 춘향가를 시작으로 지난해 적벽가까지 매년 300~400쪽 분량의 책을 바디 별로 펴 냈다. 또 소리꾼이 목을 풀기 위해 공연 전에 부르는 단가도 37개를 뽑아 영문화했다.

 최 교수는 “우리 고유의 역사·문화를 살릴 수 있는 적절한 영어 표현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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