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따라 재건축 오락가락 … 출구 못 찾는 잠실 5단지

중앙일보

입력 2012.02.07 00:32

업데이트 2012.02.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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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 외벽에 6일 ‘롯데의 안하무인, 송파구청은 어디 있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근에는 제2롯데월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김태현 대학생사진기자(후원 : canon)]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주공 5단지. 지하철 출입구와 맞닿은 아파트 동엔 ‘추진하라 재건축! 주민은 못살겠다’ ‘롯데의 안하무인, 송파구청은 어디 있나’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지난달 27일 주민들이 이 일대에서 집회를 열면서 사용한 것들이다.

 이날 단지 내에 있는 재건축추진위원회 사무실은 드나드는 주민들로 분주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주민 김경진(60)씨는 “녹물이 나오는 아파트에서 10년간 재건축을 기다렸는데 수시로 정책이 바뀌는 걸 보면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잠실주공 5단지가 술렁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진행될 서울시의 한강변 지구단위계획 발표에서 주민들이 바라는 대로 재건축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1978년 입주가 시작된 이 단지는 10만7000여 평(약 35만4000㎡) 부지에 30개 동, 4125가구(아파트 3930가구)가 들어서 있다. 잠실 재건축 예정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노다지’다.

 주민들이 원하는 ‘보상’은 종(種) 상향이다. 잠실역 사거리와 인접한 부지 중 약 20%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달라는 것이다. 상업지역이 되면 용적률은 최하 900%로 조정된다. 여기에 최고 50층짜리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해 아파트 8000여 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권춘식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이 오래 기다렸고 인근에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면서 발생한 교통난 등 불편을 감수한 점 등을 반드시 보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5단지 주민들의 뜻대로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울시는 주거용지를 상업용지로 바꾸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하면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1일 용적률을 230%에서 299%로 올리는 내용의 신반포 6차 아파트 주택 재건축 법적 상한 용적률 결정안도 보류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5단지의 아파트 시세도 동반 하락했다. 박영구 추진위 사무국장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재건축 행정이 바뀌는데 이는 주민의 삶을 위기에 빠뜨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시 한관계자는 “재건축을 해 아파트값을 올리고 주택난을 가중시키는 지금까지의 개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 분위기로는 기부채납을 아무리 많이 해도 용적률을 270% 이상 받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주민 분담금은 크게 오른다. 권 위원장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서울시의 정책 뒤집기로 손해를 본 다른 재건축단지 주민들과 연대해 시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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