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들고 엔드라인(End line)을 향해 뛰던 아흐메드 브래드쇼가 갑자기 뒤를 돌아다봤다. 누가 뒤에서 자신을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그 순간 상대 수비들이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중심을 잃은 그는 그대로 벌렁 주저앉았다. 그의 엉덩이는 이미 엔드라인을 넘어 엔드존(End Zone)에 들어가 있었다. 이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승부를 갈랐다.
뉴욕 자이언츠가 제46회 수퍼보울에서 경기 막판에 나온 브래드쇼의 ‘엉덩이 터치다운’에 힘입어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21-17로 꺾고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2008년 수퍼보울의 데자뷰였다. 당시에도 두 팀이 맞붙었는데, 뉴욕이 경기 막판 역전 터치다운으로 우승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종료 1분 전까지 15-17로 뒤지고 있던 뉴욕은 57초 전 나온 브래드쇼의 터치다운으로 데자뷰를 완성했다.
결승점은 브래드쇼의 몫이었지만 뉴욕의 우승을 이끈 것은 쿼터백 일라이 매닝(31)이었다. 일라이는 40차례의 패스 가운데 30번을 정확하게 연결해 296패싱야드를 기록하고 한 차례 터치다운을 이끌어냈다.
결과적으론 매닝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그는 치명적 실수를 할 뻔도 했다. 브래드쇼의 우스꽝스러운 엉덩이 터치다운과 관련이 있다. 매닝은 경기 후 한 가지 사실을 털어놨다. 매닝은 “브래드쇼가 엔드라인으로 질주할 때 뒤에서 ‘득점하지 마(Don’t score)’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브래드쇼는 이 소리를 듣고 주춤한 것이다. 브래드쇼도 “매닝이 소리치는 걸 듣고 돌아봤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매닝은 왜 동료의 득점을 굳이 막으려 했을까. 매닝의 생각은 이랬다. 경기가 1분 남은 상황에서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고 무리하게 터치다운을 시도하느니, 시간을 소진한 뒤 필드골(3점)을 넣어 승부를 뒤집자. 더군다나 상대는 NFL 최고의 쿼터백 톰 브래디가 버틴 뉴잉글랜드가 아닌가. 그러나 매닝은 경기 후 “마음속에 여러 가지 계산이 겹쳤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실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은 출발이 좋았다. 1쿼터 초반 상대 쿼터백인 톰 브래디의 세이프티(자책점)로 2점을 먼저 얻었다. 쿼터 막판에는 매닝의 2야드짜리 패스를 받은 빅터 크루스가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9-0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뉴잉글랜드는 2쿼터 들어 스테판 고스트코프스키의 필드골로 3-9를 만든 뒤 대니 우드헤드의 터치다운과 이어진 보너스킥으로 10-9 역전에 성공했다.
3쿼터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뉴잉글랜드가 초반부터 아론 에르난데스의 터치다운과 고스트코프스키의 보너스 킥을 묶어 17-9까지 치고 나갔고, 뉴욕은 로런스 타인스의 연속 필드골로 15-17까지 추격했다. 결국 4쿼터 막판 2점 차로 끌려가던 뉴욕은 매닝의 38야드짜리 장거리 패스가 나오면서 반전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어진 공격에서 브래드쇼의 엉덩이쇼가 승부를 끝냈다.
수퍼보울 정상 오른 자이언츠, 역전 결승골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