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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밥을 안 줘요”…학대 어린이의 SOS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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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방치로 혼자 문 열고 들어가는 아이. [그림=김회룡]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학교에서의 이지메(집단 괴롭힘), 부모로부터의 학대 등으로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직접 법무성에 편지를 보내 고민을 전하는 ‘어린이 인권 SOS 미니 레터’의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일본 법무성이 지난 200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어린이 인권 SOS 미니 레터’ 는 일본 전국의 초?중학생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법무성의 전문가들과 직접 상담할 수 있는 제도다. 법무성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약 2만3039통의 편지가 법무성에 도착했다. 2006년의 2배를 넘는 수치다. 내용은 ‘이지메`에 관한 호소가 8783통으로 가장 많았다. ‘학대’가 425통, ‘체벌’이 234통 순이었다. 전체의 70%가 초등학생에게서 온 편지였다. 이 중에는 즉각 조치가 필요한 심각한 내용도 다수 있었다고 법무성은 밝혔다.

이 미니 레터를 계기로 아이들 사이에서의 이지메나 부모의 육아 방치가 발각돼 해당 아동의 보호로 연결된 사례도 많았다. 2009년 가을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으로부터 오사카 법무국에 도착한 미니 레터에는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글씨로 ‘아버지, 어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상담 직원이 ‘어떤 식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거지?’라고 학교에 있는 아이에게 답장을 보냈고, 아이는 며칠 후 ‘부모님이 밥을 주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두 번째 편지를 보냈다. 법무국은 이 아동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긴급 연락한 뒤 지역 아동상담소에 아동의 보호를 요청했다.

‘어린이 인권 SOS 미니 레터’는 매년 가을에 전국 모든 초?중학교를 통해 학생들에게 배포된다. 아이들이 고민을 적어 우표를 붙이지 않고 그대로 우체통에 넣으면 각 지역 법무국으로 전달된다. 법무성의 인권보호위원들이 내용을 확인하고 아이들이 적은 주소로 답장을 보낸다. 상담 내용은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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