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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돈봉투 아닌 출판회 초청장 … 망신 당한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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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예비경선 때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지목됐던 김경협 총선 예비후보(가운데) 등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돌렸던 출판기념회 초청장 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서영교(서울 중랑갑)·김경협(부천 원미갑)·김희갑(인천 계양을) 예비후보. [김형수 기자]

검찰의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돈봉투 의혹 사건 수사가 출발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2일 “예비경선장에서 돈 봉투를 뿌린 혐의를 받고 있던 민주통합당 부천 원미갑 예비후보 김경협(50)씨에 대한 내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정점식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김씨의 주장과 봉투를 받은 김모 민주당 인천계양 예비후보자의 진술 및 과학적 분석내용 등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판단한 결과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배포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수긍할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내사종결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돈봉투 의혹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

 검찰의 내사 종결 발표에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검찰이 칼을 잘못 썼음을 시인한 것”이라며 “‘부러진 화살’이 아니라 ‘부러진 칼’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신 대변인은 또 “그나마 신속해서 다행이지만, 그동안 검찰의 행태로 봤을 때 엉뚱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고통을 주는 행태가 되풀이된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일까지만 해도 검찰은 “검찰 역시 출판기념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에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김 후보자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 후보자를 소환해 조사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례적인 내사 종결에 대해 법조계에선 ‘검찰이 마땅히 내놓을 만한 카드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사를 강행할 경우 향후 돈 봉투 사건이 정치적 쟁점의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 정점식 2차장은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토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김씨의 해명과 수수자들의 진술을 볼 때 더 이상 수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때 돈봉투 의혹을 제보한 영남지역의 김모(43)씨를 조만간 소환하는 등 다각도로 수사한다는 방침이지만 뚜렷하게 드러난 단서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수사팀이 덜 익은 사건을 성급하게 공론화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변협 노영희 대변인은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이렇게까지 공론화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김득환 법제이사는 “검찰이 새누리당(한나라당)만 수사하는 데 부담을 느껴 (억지로)균형을 맞추려고 했던 게 아니냐”며 “압수수색까지 벌였는데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 계속돼=검찰의 수사에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 사이에는 “나도 봉투(출판기념회 초대장)를 세 개나 받았는데, 나는 검찰이 왜 안 부르는가”라는 조롱 조의 말들이 오갔다. 서울 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당시 복도에는 쇼핑백을 들고 초대장을 돌리는 예비후보들도 여럿 있었다”며 “초대장 돌리며 ‘부탁드린다’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받는 사람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옷 안에 넣는 풍경이 이어졌는데, 이것을 단순히 돈봉투로 연결한 검찰 수사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했다. 이어 “한편의 개그 같은 일이다. 오죽했으면 ‘검찰은 나도 수사해서 지명도 좀 높여 달라’는 농담이 후보들 사이에 돌겠느냐”고 말했다.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지목됐던 김경협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받은 상처가 크다”며 “압수수색과 허위사실 유포로 후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준 데 대해 검찰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초대장을 돌린 대상 중 한 명으로 언급된 김부겸 당 최고위원은 “검찰이 새누리당 돈 봉투 사건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추기 수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15일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한명숙 대표의 당선을 돕기 위해 경선 선거인 20여 명에게 총 57만여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대구선거관리위원회가 대구 달서갑 지역위원장 이모씨를 대구지검에 수사의뢰한 사건과 관련해 “한 대표와는 무관한 사건이라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인식·채윤경 기자

민주통합당 돈봉투 의혹 수사 일지

1월 9일 민주통합당 영남권 지역위원장, “지난해 12월 8일 A후보 측이 50만~5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 폭로

1월 19일 지난해 12월 26일 예비경선 당시 150만~300만원이 든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이 언론 등에서 제기돼

1월 20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예비경선장이었던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압수수색

1월 31일 검찰, 경기도 부천 원미갑 예비후보 김경협씨 사무실 압수수색, 김씨 소환조사
     김씨 기자회견 열고 “돈봉투가 아니라 출판기념회 초대장 봉투 배포한 것” 주장

2월 2일 검찰, “김씨 주장에 수긍할 만한 점이 있다”며 김씨 사건 내사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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