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가킹즈 “쫄딱 망했던 1집 … 10년 만에 웃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10년간 함께 음악을 해오면서 크게 부딪혀본 적이 없다는 부가킹즈. 서로의 의미를 묻자 “내 반쪽”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주비트레인·바비킴·간디.

“저는 부가킹즈의 멤버에요. 그러면서 가끔 솔로 앨범을 낼 뿐이죠. 이번 앨범을 통해 그 사실이 잘 알려졌으면 해요.”(바비킴)

 그렇다. ‘고래의 꿈’으로 유명한 보컬 바비킴(39·본명 김도균), 지난해 말 ‘나는 가수다’(MBC)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얻은 그는 2001년 데뷔한 3인조 힙합 그룹 부가킹즈의 일원이다.

 부가킹즈가 3집 이후 3년 6개월 만에 미니앨범 ‘어 디케이드(A DECADE)’로 돌아왔다. 세 멤버 바비킴, 주비트레인(본명 주현우·34·래퍼), 간디(본명 최헌·36·래퍼)를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 앨범 이름은 우리가 함께 한 10년을 의미해요. 지난 10년간 우리가 느끼고 생각한 것,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이 이 한 장에 모두 담겨 있어요.”(간디)

부가킹즈 미니앨범 ‘어 디케이드’

 앨범은 지난해 말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비킴의 ‘나는 가수다’ 출연 등으로 인해 해를 넘기게 됐다. 10년간 농익은 힙합 사랑은 다양한 스타일의 힙합을 탄생시켰다. 일렉트로닉 디스코 힙합(‘여섯 시 반’), 복고 펑크 힙합(타이틀곡 ‘Don’t Go), 재즈 힙합(‘술리건’) 등 ‘힙합 잔치’다.

 특히 6번 트랙 ‘마부위침(磨斧爲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고사성어로 어려운 일도 끊임없이 노력해 이뤄낸다는 뜻)’은 진솔한 자신들의 얘기다. ‘정말로 오래 걸렸어/그냥 소주 한 잔 사는 게/나 살기 위해 버렸어/자존심을 땅바닥에 … 삶의 3분의 1간/오로지 한 길만 난 달렸네/…나는 딴따라 인생’.(‘마부위침’ 중에서)

 이들 셋은 2000년대 초 소속사가 마련해준 반지하방에서 3년간 함께 살며 어렵게 음악을 했다.

 “타이거JK·윤미래·다이나믹 듀오·은지원…, 이름 대면 알 만한 힙합 가수는 다 한 번씩 자고 갔죠.”(주비)

 사연도 많았다. 2001년 부가킹즈 1집이 나왔지만 그들 표현을 빌리면 “쫄딱 망했다”. 주비는 군에 입대했다. 힘든 시절이었다. 각종 아르바이트로 버티던 바비킴은 2004년 우연히 솔로 앨범을 내게 됐고, 수록곡 ‘고래의 꿈’이 빅히트를 쳤다.

 덕분에 셋은 주비가 제대한 뒤인 2005년 2집을 낼 수 있었다. 2집 수록곡 ‘틱택토’로 부가킹즈는 다시 올라섰고, 2008년 3집, 이번 미니앨범까지 왔다. “‘나는 가수다’로 더 유명해진 바비킴이 부럽지 않느냐”고 묻자 간디·주비는 “누구나 자신의 때가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1994년부터 무명 힙합 가수로 활동해온 바비킴 또한 ‘고래의 꿈’으로 10년 만에 터지지 않았느냐며.

 바비킴은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됐다. “20대 초반엔 ‘40살쯤 되면 은퇴해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 보니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즐겁고 흥겨운 것, 힙합의 정신은 그런 게 아닐까요. 1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바비킴)

 “10년 전만 해도 힙합은 한때의 유행 같았죠. 그런데 지금은 온전한 문화로 정착했어요. 나이 더 먹어도 지금처럼 힙합 하는 데 상관 없지 않을까요. 팬들도 우리와 함께 성장하니까요.”(주비)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