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때문에 친구 살해한 10대, 범행 후…

중앙일보

입력 2012.02.01 00:00

업데이트 2012.02.0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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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교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동네 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다. 친구에게서 빌린 10만원이 살인 동기였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강도살인 혐의로 고교생 김모(18)군을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달 27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구로2동 화원공원 앞 이동식 간이화장실에서 친구 김모(18)군의 목을 비닐 노끈으로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군은 피해자 김군과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닌 동네 친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7일 0시20분쯤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택배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피해자 김군을 만났다. 그는 이날 오전 피해자로부터 전화로 “빌려 간 10만원을 갚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재촉을 받은 상태였다. 두 사람은 남구로역 쪽으로 걸어가며 계속 언쟁을 벌였다. 피해자는 공원 간이화장실에 소변을 보기 위해 들어가면서 김군에게 “돈을 계속 안 갚으면 너희 어머니에게 다 얘기해서라도 받겠다”며 돌아섰다. 그러자 김군은 점퍼 주머니에서 비닐 노끈을 꺼내 갑자기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 범행에 사용한 비닐 노끈은 김군이 평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에서 간판을 고정시킬 때 쓰던 것이었다. 피해자는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범행 후 김군은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져 지갑에서 꺼낸 10만원과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나머지 소지품은 근처 하수구 등에 버렸다. 그는 곧장 PC방에 가 밤새도록 게임을 했다. 김군은 경찰에 검거되기 전까지도 집과 PC방을 오가며 빼앗은 돈을 탕진했다.

 피해자 김군의 시신은 숨진 뒤 사흘 만인 지난달 30일 경찰이 순찰 도중 발견했다. 이 화장실은 인적이 드물어 주로 노숙자들이 숙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숨진 김군의 아버지가 아들이 지난달 27일 “이제 곧 집에 간다”는 전화를 건 뒤 귀가하지 않자 다음 날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상태였다. 경찰은 피의자 김군이 지난달 27일 새벽까지 김군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검거했으나 그는 “우연히 피해자 김군을 만났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두 사람이 약속해서 만났다”는 친구 한모(18)군의 진술을 들이대며 추궁하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김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피의자 김군이 여러 번 돈을 빌려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유족들의 진술에 따라 학교폭력 가능성도 조사키로 했다. 숨진 김군은 아버지(50)·누나(19)와 함께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7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생활해 왔다. 정부에서 받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 60만원과 간호조무사인 누나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 왔기 때문에 김군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보탰다고 한다.

이지상·류정화·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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