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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리랑 공연 사진 크리스티 경매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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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평양Ⅱ’(2007?부분). 위·아래 두 점이 한 세트다. [크리스티]

북한의 아리랑 공연을 담은 사진이 경매에 나왔다. 14일 열릴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이 작품은 세계적 사진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57)의 ‘평양Ⅱ’. 아리랑의 군무를 관중석에서 조망하듯 찍은 2007년 작품이다. 두 장 한 세트로 추정가 70만∼90만 파운드(12억 3700만∼15억 9100만원)다. 각각 가로·세로 200cm 내외의 대작이다.

 독일 사진가 구르스키는 생존 사진가 중 작품이 가장 고가에 팔리는 이 중 하나다. 2010년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역시 아리랑을 찍은 그의 ‘평양Ⅳ’가 추정가를 훨씬 웃돈 23억원에 팔렸다. 원거리에서 전경을 조망한 사진을 여러 컷 찍은 뒤 한데 합쳐 마치 신이 지상을 내려다보듯 모든 부분에 초점이 맞아 디테일이 드러나도록 만드는 게 장기다. 큼직하게 인화해 보는 이를 압도하는 동시에 개미처럼 작은 사물과 사람을 소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구르스키는 2010년 경매 당시 인터뷰에서 “처음엔 북한 사람들이 내가 어떤 작가인지 잘 몰랐다. 예전 전시 도록을 보여줬더니 축전 예술감독이 큰 관심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 년에 걸친 섭외 노력 끝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촬영 허가를 얻었다. 2005년부터 2년간 여러 차례 평양을 오가며 이 시리즈를 완성했다.

 구르스키의 대표작은 ‘99센트Ⅱ’(2001). 대형 마트에 진열된 상품들을 찍은 이 사진은 2007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70만 파운드(약 30억 4000만원)에 팔렸다. 뉴욕 현대미술관에도 한 점 소장돼 있다.

 연세대 신수진(사진심리학) 교수는 “구르스키의 사진엔 주체적인 듯하지만 주어진 삶의 방식과 질서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무기력감이 드러난다. 다른 연작에 비해 ‘평양’은 흔히 볼 수 없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3대 세습’이라는 북한의 최근 이슈가 경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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