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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큐레이터 “심오하고 정적인 이우환, 뉴욕에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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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알렉산드라 먼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한류가 커가려면)서로 다른 문화가 자유롭게 섞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류의 지속적 동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31일 서울 수하동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한류’ 토론회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알렉산드라 먼로(55)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아시아 미술분과 삼성 수석 큐레이터를 만났다. 지난해 6∼9월 이우환(76)의 구겐하임 전관 개인전 ‘무한의 제시’를 기획한 주인공이다.

 먼로는 “예술 자체가 훌륭하다면 관객이 저절로 형성되고, 영향력도 커진다.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선 한두 명의 노력이 아니라 적절한 파트너와의 협업, 철저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우환전이 화제였다.

  “국가정체성보다 문화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다. 미술이 한국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문이 돼야지, 작품 위에 태극기를 꽂아 버리면 관객은 그 작품에 다가오기를 꺼리게 될 거다. 다른 장르도 그럴 것이다. 이우환도 한국의 예술가가 아니라 국제적 현대미술가로 소개했다.”

  -전시에서 어려웠던 점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건물 자체였다.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공간 자체가 개방적이고 역동적인데 이우환의 작품은 고요하고 압축적이다. 벽이나 구조물을 추가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현대 미술은 요란한 편인데.

  “그렇다. 제스처가 크고 스펙터클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직접적으로 정치 비평을 하는 작품도 인기가 많다. 이우환의 작품엔 이런 요소가 없다. 심오하고 정적이다. 현대미술의 특성에 익숙한 뉴욕 관객에게 이런 작품을 소개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점이 되레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영적 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는 등 많은 관객이 감동을 받았다.”

  -관람객은 얼마나 들었나.

  “31만8000명이다. 스펙터클이 대단했던 차이궈창(蔡國强) 전시(약 35만명)에는 못 미쳤지만 대단한 수치다.”

  -주목하는 한국의 현대 미술가는.

  “많은데, 이름을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때 선보였던 양혜규의 작품을 구겐하임에서 소장했다는 건 자랑스럽다. ”

  -차이궈창·오노 요코 등의 대규모 개인전도 기획했다.

  “모두 혁신적 작가다. 자국의 정치적·문화적 환경을 토대로 작업하는 이들이다. 차이궈창은 중국의 문화혁명과 개혁을, 오노 요코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전후 사회를, 이우환은 한국전쟁 등을 겪었다. 그들은 자신의 독창적 의미를 세계에 통하는 미술 언어로 창출할 수 있는 작가들, 즉 거장이었다.”

◆알렉산드라 먼로=동아시아 근현대미술 전문가. 1998년부터 7년간 재팬 소사이어티 관장을 지냈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차이궈창(蔡國强·55) 개인전(2008) 등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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