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수길 칼럼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중앙일보

입력 2012.02.01 00:00

업데이트 2012.02.0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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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수길
주필

선거의 해에 불만이 가득한 채 불안에 휩싸인 사람도 있고, 희망에 부풀어 기대가 큰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불안해하거나 기대를 걸 여지는 사실 별로 없다. 서로 속 뒤집어질 일은 있을지 몰라도, 불안해하거나 기대를 걸 일들은 주로 나라 밖 불확실성 때문이지 집권당 변수는 그리 크지 않다.

 경제 성장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2003년부터의 한국 경제 성장률을 한번 보자. 놀랄 만큼 세계 경제 성장률과 궤적을 같이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프 참조>

 노무현·이명박 두 정권을 거치며 오는 동안 성장에 관한 한 차이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성장률은 오르락내리락했지만 결국 세계 경제와 흐름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같다. 노무현 정권 말기의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도 잘못된 불만이고, 이명박 정권 747 공약 중 첫 번째 7(연평균 7% 성장)도 잘못된 기대였다. 그러니 올해 어떤 진영의 새 정권이 들어서든 집권 5년 동안 성장에 관한 한 용빼는 재주는 없으리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와 같이 세계 경제에 뒤처지지 않고 그 흐름이나마 잘 타고 가면 다행이다.

 그래프가 보여주는 성장 패턴은 우리에게 주어진, 당장 어쩔 수 없는 조건이다. 바로 이 점이 여러 가지를 설명하고 시사한다.

 복지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양극화의 해법은 무엇인가, 좌우 정권에 따라 과연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우리가 정말 걱정할 것은 무엇인가 등등.

 성장 우선이냐 복지 우선이냐 하는 논쟁은 현실 앞에서 무색해진다. 그래프가 말해주는 것은, 어떤 정권이든 일단 국정을 책임지고 복지를 시현하려면 한계가 있다는 담담한 사실이다. 바로 성장의 한계이고 재원의 한계다. 유럽의 경찰국가든 복지국가든 반(反)시장 정책을 펴거나 자본주의를 부정한 국가는 없었다. 누군가는 돈을 대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는 주던 복지를 빼앗아 다른 곳으로 돌리기가 어렵다. 그러니 새 재원이 나와야 하는데,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건전한 새 재원은 나오지 않는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가능하지만, 큰 복지를 위한 큰돈은 근본적으로 세금이 아니라 성장에서 나온다.

 이러니 지금의 성장 구조를 그대로 두고 복지를 늘리려면 세계 경제가, 특히 중국이나 미국이나 유럽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더 낫다. 세계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우리 세금도 더 걷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프는 양극화도 설명해준다.

 국내에서 어떤 정책을 펴든 세계 경제의 흐름을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수출이 느는 만큼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알고 있고, 이것이 바로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다. 가끔 내수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수출이 죽을 쑬 때 높아지지 내수가 잘해서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양극화 해법 역시 지금의 성장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복지 확대나 양극화 해소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관건이다. 집권에 관계없이 어느 당이든 국민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지금의 성장 구조를 비전을 갖고 꾸준히 바꿔나가는 것이다.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천수답 경제’에서 서비스업 위주의 내수가 상당히 기여하는 경제로 이행해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구조로. 그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

 하나 요즘 양당이 번갈아 내놓는 정강·정책엔 정작 그러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를 여야 가릴 것 없이 거론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 집단의 책임이 크다.

 다보스 포럼에 글로벌 리더들이 모여 자본주의의 위기를 논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대기업 집단의 빵집과 순대가 문제가 되었고,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해서는 현재 여야 모두 제도적·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정권이든 복지와 양극화 해소를 실현하기 위해서 반(反)시장 정책을 펼 수는 없다.

 결국 집권당에 관계없이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새로운 자본주의를 모색하는 데 다보스 포럼은 무력했고, 복지 확대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5년 동안 할 일은 사실 많다. 새로운 시장 질서를 찾기 위한 대기업 집단의 자발적 역할 또한 크게 필요하다.

너무나 상식적인 해답이지만, 새로운 시장 질서의 출현은 결국 그때 그 사회와 함께 갈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이므로.

김수길 주필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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