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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고정관념 벗어나기 백4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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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8강전> ○·나현 초단 ●·쿵제 9단

제4보(40~50)=공격의 기본은 ‘병력’에 있다. 지금 우변과 하변엔 온통 흑의 군사들이어서 공격이 파괴력을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쿵제 9단이 흑▲로 밀어 공격을 개시했다. 41은 빈삼각이지만 지금은 정수다. 백은 달아날 수밖에 없고(42) 그때 43으로 허리를 양단하면 백의 앞길은 고통뿐이다.

 ‘참고도1’ 백1로 막으면 흑2의 차단. 이때 백3이 모양이지만 흑4, 6의 포위가 한눈에 보인다. 죽지야 않겠지만 바둑판 위에서도 ‘괴로운 삶’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참고도2’처럼 백3으로 단수를 피해봐도 6의 두점머리를 맞으면 역시 백은 갇히고 만다. 당대의 대고수 쿵제 9단은 이런 시나리오를 머리에 그리며 앞에 앉은 소년기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장고에 빠졌던 나현 초단이 모범생 같은 자세로 한 수 둔다. 바둑돌이 예상과 다른 이상한 곳에 떨어지고 있다. 나현 초단이 당연히 막을 곳을 놔두고 44로 이은 것이다. 재미있는 수. 찌르면 막는다는 고정관념을 훌쩍 벗어난 수. 쿵제의 머릿속에 없던 묘한 게 걸음이다. 한데 이 수가 만만치 않다. 공격이 쉽지가 않다. 서봉수 9단의 “바둑은 고정관념을 털어내는 작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44가 쿵제의 의표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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