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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승무원, 승객이 사심품고 계속 요구할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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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7일 아시아나항공 교육훈련동에서 진행된 승무원 체험 교실에서 여고생들이 승객을 대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 분기 한 번씩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도훈 기자]

“손님, 양식으로는 마늘을 곁들인 스테이크, 한식으로는 비빔밥이 있습니다. 뭘 드실래요?”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쇠동의 아시아나항공 교육훈련동.

 보잉 747 비행기 실내를 그대로 옮겨놓은 교육장 안에서 스튜어디스 유니폼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고1년생 이유진(17)양이 승객에게 물었다. 그런데 쑥스러운지 시선은 바닥으로 내리깔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8년차 여승무원인 이한나(31) 교관이 “‘뭘 드실래요’ 대신 ‘무엇을 드시겠습니까’라고 공손하게 물어야 한다”고 바로잡아 줬다. 이 교관은 또 “승객과 대화할 때는 항상 눈을 마주쳐야 한다”고도 했다. 교관의 지적에 이양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서빙을 이어갔다.

 옆자리에선 탁재성(34) 교관이 다른 학생들에게 짓궂은 승객 대처 요령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승객이 사심을 품고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할 땐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공손하게 거절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계속 요구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그럴 땐 ‘몇 달 후 결혼할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고 답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이 여승무원이 되는 게 장래 희망인 고교생들을 위해 국내에서 처음 마련한 ‘승무원 체험교실’의 장면들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중앙일보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강혜련)과 함께 시작한 교육기부 운동에 동참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체험교실 참석자는 고1~3년 여학생 24명으로 서울은 물론 대구·충북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 신청한 100여 명 중 선착순으로 24명을 우선 초청했다. 학생들은 교복 대신 정식 여승무원 유니폼을 차려 입었다. 또 긴 머리는 단정히 빗어 넘겨 묶고, 운동화 대신 구두도 신었다. 오전엔 이미지 메이킹과 워킹(Walking) 등 기본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오후엔 본격적인 승무원 교육에 돌입했다.

 모형 비행기 내부에서 승객과 승무원으로 역할을 바꿔가며 식음료를 서빙하는 방식이었다. 서툴고 낯설어 실수도 적지 않았다. 식사와 음료를 담은 카트를 제대로 움직일 줄 몰라 얼굴을 붉혀야 했다. 탁 교관은 “서툴어 도 학생들이 보여준 열의와 집중력만큼은 신입사원 못지 않다”고 칭찬했다. 3월 영진전문대 국제관광계열에 입학하는 손하영(19)양은 “이번 체험으로 꿈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며 “꼭 여승무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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