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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93> 지구촌 분쟁지역 올해 기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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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흑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용은 길한 동물로 행운과 상승하는 기운을 상징합니다. 흑룡의 해를 맞아 많은 나라가 국운 또한 융성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흑룡의 기운이 미치지 못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바로 독재와 부패, 범죄 등으로 인한 각종 분쟁에 시달리는 곳입니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국제위기감시기구(ICG)에 자문을 구해 올 한 해 갈등과 위기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큰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각 지역의 분쟁 구도와 올해 전망을 짚어봤습니다.

유지혜 기자

시리아

그동안 이스라엘과 대치하며 세력 균형자 역할

6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독재에 항의하는 군중이 카프란벨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새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대국민연설을 통해 하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이자 알아사드 대통령이 속해 있는 알라위족은 이제 ‘죽임당하거나 죽이거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더욱 강경하게 반정부 시위대를 짓누르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축출된 뒤 이뤄질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리아가 이스라엘과 대치하며 중동의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이웃 국가들에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곧 이 균형이 흔들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란과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알아사드 대통령이 처한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일수록, 국면 전환을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거나 시리아 정권 유지를 위해 전부를 걸고 달려들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스라엘

미국 대선 국면…이스라엘 목소리 더 커질수도

13일 이란 군중이 차량폭탄테러로 사망한 이란 핵 과학자를 추모하며 사진과 관을 나르고 있다.

당장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그럭저럭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핵무기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대립은 이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는 것은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지만, 올해에는 두 가지 결정적 요소가 양국 관계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우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핵 사찰 보고서 내용은 어느 것보다도 명확하다. 이 보고서가 새로운 증거를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이란이 핵 문제에 대해 얼마나 비협조적으로 구는지 드러났다. 둘째로 올해 치러지는 미국의 대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평소보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이스라엘은 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란에 대해 원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파슈튠-타지크족 해묵은 갈등 해법 안보여

16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화해 프로그램에 협조하기로 한 무장세력 탈레반 대원들이 가자니에서 정부 쪽에 무기를 건네고 있다. 모두 얼굴을 가렸고, 한 대원만 아프간 국기를 들었다. [중앙포토]

국제사회는 10여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안보 지원은 물론 개발원조와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다. 지난해 수도 카불에서는 전쟁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최악의 자살폭탄 테러가 터졌고, 전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사회 기반과 공공 기관은 취약하고, 일부 기관은 너무 부패한 나머지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상종도 하기 싫어한다. 다수 파슈툰족과 타지크족 사이의 해묵은 갈등도 심각하다. 파슈툰족인 탈레반은 최근 미국과의 협상을 추진하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타지크족은 무장세력인 탈레반과 화해하기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탈레반은 탈레반대로 자신들의 승리가 코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곧 탈레반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

민주체제 과도기…군부, 외교·안보 좌지우지

지난해 파키스탄과 미국의 관계는 양극을 오갔다. 그러다 11월 있었던 나토군의 오폭으로 적대적 관계가 사실상 공식화됐다. 파키스탄 내 무장조직이 아프가니스탄의 무장세력을 지원하면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관계도 서먹해졌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는 인도와 무역 관계를 정상화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파키스탄 무장세력이 인도에서 활동하는 테러단체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적대적인 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사실 가장 큰 위험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독재 체제에서 민주 체제로의 전환이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나 안보 정책 등은 아직도 군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가끔 득세하는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대중의 지지를 잃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멘

평화로운 권력 이양, 아직 갈 길 멀어

예멘은 폭력과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중간 지점에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사회의 압력과 국민의 민주화 시위 열기에 밀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권력이양안에 서명하기는 했지만,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정치·경제 상황을 개선하고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살레 대통령의 가족과 그들의 경쟁 부족이 이끄는 무장세력 사이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도심지에서 이들을 몰아내고, 군과 안보부를 개혁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제사회가 해야 할 역할도 있다. 살레 대통령 일가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위협은 살레 대통령의 권력이양안 서명을 이끌어냈다. 이제 살레 대통령과 야당이 이양안을 준수하도록 양쪽 모두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중앙아시아

기반시설 붕괴 직전…사회 전반에 부패 만연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는 거의 운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회기반시설은 붕괴 직전이고 정치 체제는 부패한 상태다. 타지키스탄이 가장 좋은 예다. 타지키스탄은 국내외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능력은 전혀 없다. 내부적으로는 반군이 활개를 치고, 이웃국가 우즈베키스탄과는 수자원 확보 문제로 분쟁을 벌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지나는 물자 공급 루트를 쓰고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은 결코 믿을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급 물자가 약탈당하는 일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지난해 대선 부정행위로 얼룩져…국제사회는 방치

지난달 23일 콩고 야당 지도자 에티엔 치세케디 지지자들이 수도 킨샤사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콩고는 부정선거 항의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카빌라 대통령 쪽이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카빌라 대통령을 찍도록 유권자들을 윽박지르는 등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와 법원까지 카빌라 대통령의 추종자로 채워져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것이 야당 인사들의 생각이다. 카빌라 대통령은 지난 5년 임기 동안 국가기관을 사유화하고, 야당을 탄압했다. 국제사회 역시 카빌라 대통령의 이런 집권 행태를 사실상 방치한 책임이 있다. 국제사회가 콩고의 부정선거 의혹에마저 침묵한다면, 이는 곧 아프리카 대륙의 민주주의를 좀먹는 일이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

인구 2900만, 무기 1200만 점…살인이 일상 다반사

베네수엘라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콜롬비아의 2배, 멕시코의 3배다. 특히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한 1998년 4550건이던 살인사건 수는 2010년 1만7600건으로 늘어났다. 그의 통치 기간 동안 살인사건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빈곤층 젊은이다. 휴대전화 같은 사소한 것을 두고 다투다 살해당하거나, 갱단의 총싸움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일이 부지기수다. 정부 보안군이 재판도 거치지 않고 시민을 처형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올해 대선을 앞두고 폭력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차베스 정권부터 개혁을 옹호한다는 명목으로 각 지역의 민간 무장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인구가 2900만 명에 불과한 베네수엘라에서는 1200만 점의 무기가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암 완치를 선언한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둘러싼 정치 세력 간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튀니지·미얀마

민주화·개혁 진행 중 …포린 폴리시 “우등생” 꼽아

18일 미얀마 보궐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지지자로부터 꽃을 받고 있다.

‘포린 폴리시’는 새해를 맞아 분쟁으로 얼룩진 지역만 꼽은 것이 아니다. 심한 갈등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올 한 해 밝은 전망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도 함께 정했다.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튀니지와 미얀마다.

튀니지에서는 지난해 10월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민주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온건주의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의 승리는 곧 민주주의의 승리로 받아들여졌다. 비교적 투명한 절차와 국민의 열망 속에 치러진 튀니지의 선거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전체에 희망의 불빛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튀니지는 아직 국가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우선 여전히 폭력사태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 선거에서 엔나흐다에 밀린 급진주의 이슬람주의자들과 엔나흐다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선동가들이 호시탐탐 봉기할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축출된 뒤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면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는 노동자 계급 역시 잠재적 위험 요소로 분류된다.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아직 정부와 제헌의회에 남아있는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역시 방해꾼이 될 수 있다.

이제 튀니지의 새 정부는 과도기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총리의 권한 설정이나 개헌, 새로운 선거 등을 둘러싼 논쟁에 발이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 경제를 살리고 부패 척결에만 집중해야 한다.

미얀마 역시 밝은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큰 국가다. 정부가 약속한 개혁 조치는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다. 군부는 정치 최일선에서 물러났고,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풀려났다. 수치 여사는 테인 세인 대통령 등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고, 선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정치범 석방 약속도 상당 부분 실행됐다. 인터넷 규제 조치도 완화됐다. 군부 독재에 오랫동안 신음했던 미얀마에 올해는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 역시 이런 미얀마의 변화에 적절히 반응해야 한다. 그간의 경제 제재는 미얀마 국민에게만 고통을 줬을 뿐이지 군부가 권력을 놓도록 만들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은 바로 이러한 시기에 이뤄진 적절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미얀마 정부 역시 중요한 한 발짝을 더 내디뎌야 한다. 바로 남은 정치범을 모두 석방하는 것이다. 또 소수 부족과의 교전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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