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한국 계속 빵 문제에만 초점 맞춘다면 안철수가…"

중앙선데이

입력 2012.01.29 08:01

업데이트 2012.01.29 16:59

‘빵집 논란’을 겪은 뒤 사업 철수를 결정한 대기업 계열의 한 제과점 점포. [중앙포토]

한국의 ‘재벌가 딸 빵집’ 논란이 해외 언론에서도 등장했다. 정치인의 인기 영합이라는 비판과 재벌 자녀의 영세업종 진출이라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7일 한국 대기업의 ‘빵집 철수’를 보도하며 ‘정치권의 인기몰이 경쟁’으로 비판했다. 한국 정치가 본질을 외면한 채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빵 싸움’만 벌였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대기업을 빵집과 순대집에서 몰아냈다는 점만을 과시할 뿐 실제 영세업종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 구조조정과 사회안전망 제공을 달성할지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빵집 논란에 대해선 들고일어나면서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해법을 찾는 진지한 고민은 보여 주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신문은 이날 ‘한국, 재벌과의 빵 싸움(South Korea:bun fight with the chaebol)’이란 기사를 통해 “올해 예정된 총선·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대중적 인기를 과시하는 전쟁터로 빵집과 순대집을 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치인들은 삼성·현대·LG 등 대기업이 빵과 순대를 팔지 못하도록 요구했다. 자영업자가 주도해 온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뛰어드는 게 부당하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FT는 “(빵집) 논란은 핵심을 놓친 것”이라며 “한국 정치인들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현안을 정리하면서 이에 대한 비효율적인 처방을 내리는 기묘한 재주가 있다”고 비꼬았다. 신문은 “대기업을 소매점에서 몰아내는 것은 겉치레에 불과하다”며 그 이유로 “영세상인을 인위적으로 존치시키는 것은 한국 정부가 이 분야에서 실질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며 이들에게 진짜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또 “더욱 중요하게는 빵이 아니고 재벌이 일본이나 독일 방식의 소규모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의 양성을 막는 게 문제”라며 “한국에서 혁신적인 사업을 시작하면 재벌이 그 업체의 자산과 인력을 인수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한국은 여전히 엔지니어링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고 이 때문에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한국의 전통적인 수출시장을 파고들어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며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이 숙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 “재벌이 신생 업체를 동물원에 집어넣어 경쟁력을 없애 버린다”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말도 소개했다. 이어 “안 원장처럼 정치권 바깥에 있던 인물이 아시아 4위 경제대국을 경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도 “그러나 기성 정치인들이 계속 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안 원장이 그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도네시아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자카르타 포스트는 28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국 대기업의 빵집 철수를 보도하며 “한국의 대기업 창업자들은 세계 최고의 선박·자동차·전자제품을 만드는 데 일생을 바쳤지만 3세들은 제빵업 등에 더 열중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대기업 측은 제빵업에 진출해도 점포 수가 적은 만큼 영세상인들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입점 위치가 좋은 데다 모기업의 지원 등을 기대할 수 있어 쉽게 매출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많은 재벌 자녀가 제빵업이나 커피전문점 등에 뛰어들며 영세자영업자를 몰아낼 가능성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는 27일 한국이 ‘빨리빨리’ 구호를 벽장에 넣고 노동시간 줄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칼럼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도입을 지시한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를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신문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라며, 노동시간 단축은 “국민의 생활양식을 개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민간 부문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언급도 알렸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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