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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일본관’이 맞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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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호 21면

‘일본 경제는 가라앉고 있는가’라는 주제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다시 벌어졌다. 일본이 지난해 31년 만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계기다. 이는 일본의 막대한 국가부채를 지탱해 온 국내 저축이 무역적자를 메우는 데 쓰일 수 있다는 불길한 징조다. 일본 전문가인 이몬 핑글턴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무역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며, 일본은 여전히 본받을 만한 훌륭한 모델’이라고 평했다. 이런 주장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고정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의 반박을 불렀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누구 말이 맞을까. 나는 크루그먼이 맞다고 본다. 일본은 과도한 부채, 저성장,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부정적 요소들이 모두 결합한 나라다. 백방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큰 위기를 겪을 것이다. 핑클턴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일본은 안전하고 깨끗하며 합리적이고 잘산다. 사회기반시설도 훌륭하다. 그런 부분은 주목해야 한다.

20여 년 전 자산거품이 터진 후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은 전후(戰後) 호황을 되살리려고 무던히 애썼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이었다. 일본 경제가 그간 조금이나마 나아졌다면, 그건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부채와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 덕분이었을 뿐이다. ‘일본 주식회사’는 자생력이 아니라 스테로이드 같은 임시처방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생각이다.

일본은 불황 극복을 위해 각종 규제와 이주 정책을 완화하고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지도자들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일본은 여전히 변화를 거부한다. 이것이 일본의 ‘아킬레스건’이다.

올림퍼스 분식회계 사건은 일본 기업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보여줬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는 일본의 하향식 의사결정 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해줬다. 유럽 다음에 부채위기를 겪을 곳이 어딘가 궁금해 하는 투자자들은 미국이나 중국 쪽을 살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어떤가. 올해 성년이 된 일본의 젊은이는 1970년의 절반인 120만 명에 불과하다. 이런 인구 감소와 노령화는 경제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12조 달러에 달하는 공공부채 상환을 더 어렵게 만든다. 노벨상 수상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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