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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발견] 도심 속 철새들의 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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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보기 드물게 도심 한복판에 자연상태로 보전된 밤섬은 겨울철새들의 낙원이다. 정부는 이같이 독특한 조건을 지닌 밤섬을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변선구 기자]

날씨가 쌀쌀하던 13일 오후 서강대교 남단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북쪽으로 5분가량 달려 밤섬에 도착했다. 서울 여의도와 마포 사이에 자리 잡은 밤섬은 도심 한복판에 자연상태로 보전된 독특한 유형의 습지다. 1968년 한강종합계획에 따라 필요한 골재를 얻기 위해 폭파됐던 이 섬은 토사가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복원됐다.

 밤섬에 배를 대고 약 10m를 걸어 들어가자 ‘밤섬 주민 옛 생활터’라 적힌 자그마한 비석이 보인다. 폭파되기 전 이곳 밤섬은 60여 가구가 생활했던 삶의 터전이었다. 2년 전 귀향제를 하러 들어온 옛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비석이다. 폭파되기 전 5만7000㎡에 불과했던 밤섬이 지금은 27만㎡ 크기로 커졌다. 한강사업본부 박동순씨는 “매년 평균 4200㎡씩 면적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간 부분이 움푹 들어간 밤섬은 서쪽 부분이 아랫밤섬(마포구 당인동), 동쪽 부분이 윗밤섬(영등포구 여의도동)으로 불린다.

 갈대숲과 우거진 버드나무를 헤치며 섬 안으로 들어가자 새들이 퍼드득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치솟는다. 민물가마우지다. 겨울철새인 이 새는 몇 년 전부터 밤섬 주인인 듯 행세하며 십여 마리씩 무리 지어 날아오고 있다. 올해도 2∼3마리가 보인다.

 밤섬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도심 속 철새 도래지로 꼽힌다. 갈대숲·모래·자갈·개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수생 및 육상 동식물의 서식에 알맞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나 참매 도 몰려온다.

 밤섬에서 배를 타고 나와 마포대교 쪽에서 밤섬을 바라봤다. 하얀 꼬리를 한 육중한 새 3마리가 날아간다. 멸종위기 1급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호)다. 그 옆으로 날아가는 청둥오리 떼는 100마리가 넘어 보인다.

 정부는 밤섬에 대한 람사르 습지 등록 신청서를 이달 중에 낼 계획이다. 람사르 습지는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 보전 가치가 있거나 독특한 유형의 습지를 대상으로 하는데 국내에서는 경남 창녕군 우포늪 등 17곳이 람사르 에 이름을 올렸다.

 밤섬의 철새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하류방향으로 60m 지점에 위치한 ‘한강 밤섬 철새조망대’에 가는 게 좋다. 서강대교 인도교나 마포대교 인도교(하류방향)에서도 밤섬을 관찰할 수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겨울철새 유람선’(www.hcruise.co.kr)도 다음달 25일까지(오후 1, 3시)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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