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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 곽노현 정면충돌 … 학생인권조례 대법원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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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주호 장관(左), 곽노현 교육감(右)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정면충돌’이 결국 대법원으로 가게 됐다. 교육청은 26일 조례 공포를 강행하기로 했고, 교과부는 이에 맞서 ‘조례 무효소송’ 등을 대법원에 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서울시내 초·중·고교는 학생 생활지도에 일대 혼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26일 배포되는 서울시보(市報)에 학생인권조례를 실어 공포한다”고 25일 발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조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의회를 통과한 지 한 달이 넘은 만큼 더 이상 공포를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곽노현(58) 교육감은 후보 매수 혐의로 300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복귀한 20일 학생인권조례 재의(再議)를 철회했다.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자 이달 초 시교육청이 시의회에 보낸 재의 요청이었다. 이에 이주호(52) 교과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지도에서 학교별 재량권을 부여한 초중등교육법에 위배된다”며 ‘재의를 요청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재의 요구를 철회한 지 엿새 만에 조례 공포 강행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올 3월 서울시내 모든 초·중·고에서 조례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해설서 제작 등 준비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시교육청 계획대로 조례가 3월에 시행될지는 불투명해졌다.

 교과부는 “시교육청이 26일 조례 공포를 강행하면 바로 당일에 ‘조례 집행정지결정 가처분신청’과 ‘조례 무효소송’을 동시에 대법원에 내겠다”는 입장이다.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론은 이르면 다음 달 초·중순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조례 무효소송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조례 효력은 정지된다. ‘조례 무효소송’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그전에라도 조례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교과부 김태훈 지방교육자치과장은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교과부 장관의 정당한 ‘재의 요청’ 요구를 곽노현 교육감이 거부한 만큼 대법원 소송과 별도로 곽 교육감에 대한 형사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시교육청이 마련한 것이 아니라 전교조 등 진보단체들이 발의한 내용이다. ▶임신·출산이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간접 체벌(훈육벌) 전면 금지 ▶ 학생의 동의 없는 소지품 검사 금지 ▶휴대전화 사용 및 교내외 집회 일부 허용 등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 공포 강행 소식에 일선 교사들은 적잖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조례가 학생 권리만을 강조하고 있어 교사들의 생활지도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이다.

  앞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의 노정근(54· 군포 용호고) 교사는 “학생 책임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권을 ‘내 마음대로 할 권리’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한길 기자

◆조례 집행정지결정=교과부 장관은 지방의회에서 의결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될 경우 지방교육자치법 28조에 따라 대법원에 제소하고, 판결 전까지 조례 시행을 막기 위한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판결이 나기 전까지 조례는 시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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