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도시 아동 10%가 '납 중독'

중앙일보

입력 2005.03.18 19:15

업데이트 2006.04.1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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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 목표로 잡은 맑은 날은 ○○○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시 당국은 매년 초 이런 정책 목표를 발표한다. 일종의 다짐이다. 그러나 이 수치를 그대로 믿는 베이징 사람은 많지 않다. 자주 끼는 안개와 매연이 합쳐져 1년 내내 늘 매캐한 스모그에 휩싸이는 베이징이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는 중국에 '발등의 불'이다. 베이징의 늘 반복되는 짙은 스모그와 함께 중국 전역의 납 중독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북경신보(北京晨報)는 18일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내 15개 대도시 아동의 10%가 납 중독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대도시 아동의 납 중독=세계보건기구(WHO) 아동위생협력센터는 17일 "중국 15개 대도시에서 최근 0~6세 아동 1만7141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0.45%가 납 중독 환자였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의 중독률은 9.07%였다. 10명 중 한 명이 납 중독에 걸려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는 혈액 1㎗(10분의 1ℓ)에 들어있는 납의 양이 100㎍(100만분의 1g)을 넘어서면 납 중독으로 판정한다.

납 중독에 걸리면 초기에는 원인 모를 복통과 식욕부진에 시달린다. 이어 빈혈증세가 나타난다. 급기야는 뇌세포가 손상돼 주의력 산만.조급 증세를 보인다. 기억력과 지능 저하에다 잠에 빠져들거나 혼절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더 심각한 지방=산시(山西) 인터넷 뉴스 사이트는 17일 "2000년 성(省) 정부 차원에서 타이위안(太原)시의 70개 탁아소에 있는 2~7세 아동 1만9390명을 조사한 결과 납 중독률이 6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개막한 중국 정치협상회의(政協) 10기 3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전국에서 절반 이상의 아동이 납 중독 상태"라고 발언했다고 랴오닝(遼寧) 대련일보(大連日報)가 최근 보도했다. 이 위원은 이어 "일부 경제개발구에 사는 아동의 납 중독률은 심한 경우 85%에 달한다"고 말했다. 유아용품의 납 함유량이 높은 것도 문제다. 선양(瀋陽)시의 유아용품 불합격률은 50%, 광둥(廣東)성 유아용품의 불합격률은 34%였다.

◆납 중독 원인=음식점에서 자주 제공되는 삭힌 달걀 '송화단', 버터를 섞어 튀긴 팝콘 등 중국 아동이 즐겨 먹는 음식이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북경신보는 "납을 다루는 직장에서 일하는 부모에 의해 중독되거나 납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장난감.연필을 잘못 사용해 걸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대기에 섞인 납 성분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 속에 대기는 급속하게 혼탁해지고 있다. 공기 속에는 중금속이 많아지고 있다. 납 성분을 품은 공기는 무거워 지표 위 1m 상공에 머문다. 유모차에 앉은 아이들의 코 높이에 딱 맞는다. 북경신보는 "단층 주택에 사는 중국 아동들의 부모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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