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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돌아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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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명숙 후보가 15일 민주통합당 대표로 확정된 뒤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는 득표율 24.05%를 기록했고, 뒤에 보이는 문성근 후보는 16.68%로 2위를 차지해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김태성 기자]

민주통합당의 당대표로 한명숙(68) 후보가 선출됐다. 2010년 5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지 1년7개월여 만에 당의 선출직 후보가 된 것이다.

신임 한 대표는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당대표 경선에서 종합득표수 25만2986표(득표율 24.05%)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한 대표는 대의원 투표는 물론 앞서 열린 모바일·현장 투표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관계기사 3, 4, 5면>

 문성근 후보(17만5465표·16.68%)가 2위, 박영선 후보(16만5619표·15.74%)가 3위를 했다. 이어 박지원(11.97%)·이인영(9.99%)·김부겸(8.09%) 후보가 최고위원에 나란히 선출됐다. 그러나 7~9위인 이강래·이학영·박용진 후보는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다.

 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경선에 참여한 80만 시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승리의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 도중 감정에 복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한 대표 체제는 ‘노무현의 귀환’을 상징한다. 그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의위원장을 맡았다. 2등을 차지한 문성근 후보는 대표적인 ‘노사모’였다. 노무현계가 사실상 당권을 장악하고 총선·대선을 진두지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8년 정권교체로 ‘폐족(廢族)’ 위기에 내몰린 지 4년 만의 역전이다.

 당권만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상임고문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제외하면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 대표의 선출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 등 여야 3당의 간판을 모두 여성이 맡게 됐다. 한 대표는 1965년 통합야당인 민중당 당수를 지낸 박순천 여사 이후 ‘정통 제1 야당’이 47년 만에 배출한 여성 당수다. 또 박 위원장과 총선에서 ‘여(女)·여 당수’ 간 대결구도가 이뤄지게 됐다.

 한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국회의원·여성부 장관을 지낸 데 이어 노무현 정부에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를 지냈다. 정계 입문 전에는 여성민우회장을 맡아 사회운동에 종사했다. 제도권 정치 경험은 물론 재야와 사회단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그의 능력이 선거인단의 호응을 얻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경선 레이스 막판 문성근 최고위원의 추격에 고전하다가 13일 5만 달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항소심 공판 결과가 무죄로 나온 것도 1위를 굳히는 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의 화합 없이는 총선·대선 승리도 어렵다는 공감대가 한 대표를 지지한 동력이 됐다”며 “안정적이고 농익은 리더십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승리 요인과 관련, “승리해서 이명박 정권을 바꿔달라는 열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과 맞서 싸울 리더십이 누구인지 판단한 것도 같다.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는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고 말했다.

노무현계의 부활이란 평가에 대해선 “민주통합당에 친노무현과 반노무현은 없다. 시민사회·노동계 모두 화학적 결합을 이뤘다”고 했다.

 한편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축하한다”며 “국민이 많이 힘들어하는 어려운 시기인 만큼 여야 대표가 힘을 합해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협력해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은 “새 지도부가 호혜존중의 야권연대 정신에 충실해 곧 진행될 총선 야권연대 논의에 진정성 있게 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당대회는 2만1000여 명의 대의원들의 현장투표(30% 반영)와 당원 12만 명, 시민 65만 명 등 77만 명으로 구성된 시민·당원 선거인단 투표(70% 반영)를 합산해 이뤄졌다.

양원보·강나현 기자

민주당 대표 한명숙 당선 … 2위는 문성근
박영선·박지원·이인영·김부겸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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