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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생전 후계자로 꼽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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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07년 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한명숙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복도를 함께 걷고 있다. [중앙포토]

‘부드러운 카리스마’. 한명숙 신임 민주통합당 대표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프더레코드로 이렇게 말했다.

 “나 보고 마음대로 (후계자를) 지명하라고 하면 한명숙씨요. 앞으로 우리 정치는 상대하고도 대화를 하는 쪽으로 가야 됩니다. 그 점에서 한명숙씨가 탁월한 장점이 있어요.…사람이, 느낌이 부드러워요. 나는 (부드러움이) 항상 내 약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만 보면 이상하게 이 사람들(정적)이 ‘나를 뭔가 해코지할 것’이라는 불신감을 갖고 있거든. ‘또 저게 무슨 꼼수를 내나.’ 나는 꼼수를 안 부리는데도.”

하지만 온화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곡절 많은 인생을 살았다. 한대표와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의 러브 스토리는 유명하다. 서울대와 이화여대 기독교학생 연합단체에서 만난 이들은 4년여 열애 끝에 67년 결혼했다. 한 대표의 나이 23살이었다.그러나 결혼 6개월만에 박 교수가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됐다. 자신도 크리스천아카데미 사건으로 79년 구속돼 2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들이 재회한 것은 13년여 후였다. 박 교수가 수감돼 있는 동안 두 사람은 매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한 대표는 마흔살이 돼서야 아들 한길 군을 낳았다.

 그는 이후 여성운동에 투신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결성을 주도하고, 여성 권익 보호를 위한 각종 법률 제정에 앞장섰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여성계의 대모’로 불리게 됐다.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김대중 정부의 초대 여성부 장관에 임명됐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비례대표로 영입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4년 총선에선 경기 고양 일산갑에서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이 선거에서 그가 꺾은 상대는 한나라당의 거물 홍사덕 의원이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에 이어 총리에 올랐고, 2007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당에 복귀했다. 대선 후보 경선과 이듬해 총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그는 정계에서 퇴장하는 듯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로 그는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2010년엔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했다. 이어 5만 달러 뇌물수수 사건과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하면서 정치인생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강제구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한 대표는 이듬해 4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받았으나 곧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지난 13일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게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다음은 일문문답.

 -민주통합당 에서도 돈봉투 파문이 불거졌는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런 상태에서 근거 없이 확산시키는 것은 안 된다. 사실관계가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인적 쇄신 방안은.

 “공천혁명을 확실히 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공천혁명은 반드시 하겠다.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국민경선으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릴 것이다. 국민에게 돌려드리면 확실하게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낼 것이란 믿음이 있다.”

 -통합진보당과 연대를 할 것인가.

 “승리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은 총선에서 승리해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 우리가 잘못하면 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이런 위기의식과 사명감 속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한다.”

 -노무현계의 부활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친노, 반노(反盧), 비노(非盧), 이러한 구도는 언론에서 만든 구도다. 이건 분열적인 레토릭(수사)이다. 한명숙은 친 DJ다. 김대중 대통령이 불러서 정치권에 입문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위원 만들어줘서 장관도 했다. 민주통합당을 하는 모든 사람은 친노다. 반노가 없다.”

양원보 기자

압도적 1위 민주당 새 대표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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