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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백만민란’ 17개월 만에 제1야당 2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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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통합당 문성근 후보(59)가 정계 데뷔전에서 ‘넘버 투(2인자)’ 자리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12월 19일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뚜껑을 열기 전엔 “당 대표가 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는 2010년 8월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른바 ‘백만민란(百萬民亂)’이라 불리는 야권통합 운동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선 그의 존재를 이 정도까지 주목하지 않았다. 대중에게도 그는 ‘경마장 가는길’ ‘너에게 나를 보낸다’ ‘꽃잎’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세 번 받은 영화배우,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시사 TV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방송인으로 더 익숙했다.

 그러나 그는 오래전부터 정치와 인연을 맺어왔다. 재야운동가인 아버지 문익환 목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에서 부총재를 지낸 숙부 문동환 목사를 통해 일찍부터 정치현실에 눈을 떴다.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군부에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구속됐을 당시 공판정에는 녹음기와 필기구 반입이 금지됐다. 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판을 지켜본 뒤 김 전 대통령의 진술을 전부 외워 노트에 ‘복기’했고, 이를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김 전 대통령의 진술내용이 해외에 알려진 건 그 덕분이었다. 그런 그지만 “그때만큼 머리 나쁜 걸 한탄한 적이 없다”고 회상하고 있다.

 2002년 대선 정국에선 영화배우 명계남씨 등과 함께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회원으로 활동했다. 민주당에서 노무현 후보 사퇴론이 제기됐을 때 ‘개혁국민정당’을 만들고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민주당의 깃발을 세웠던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깃발을 찢어발기고 있다”며 반대파를 비판했다. 이를 들은 노 전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고, 이게 나중에 ‘노무현의 눈물’이라는 방송광고(CF)로 만들어졌다. 두 전직 대통령과의 인연 덕분에 그는 “김대중 대통령은 저를 아들로, 노무현 대통령은 저를 동생으로 여겼다”고 말한다.

 이번 경선에서 그는 박지원·이강래 후보 등으로부터 “총선을 승리로 이끌 검증된 사람이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공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맞다. 정당 경험 없다. 그런데 70년대부터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정치 현실 속에서 살아왔다”고 되받았다.

 그런 그가 기라성 같은 정당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넘버 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모바일을 이용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개방국민경선)’ 덕분이었다. 모바일 투표자 48만 명 중 18만여 명이 문 후보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선거 운동 내내 ‘까칠한 연설’로 이목을 끌었다. “이명박 정부의 온갖 작태를 갈아엎을 것”이라는 전당대회 연설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얘기를 꺼내면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온갖 수모를 깨끗하게 돌려 드리겠다”고도 했다.

 그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같은 서강대 동문이다. 박 위원장이 전자공학과 70학번, 문 최고위원은 무역학과 72학번이다. 재학 시절 별다른 인연은 없었다. 올 4월 총선에서 문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이 출마했다 실패한 부산 북-강서을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김경진·정종훈 기자

2002년 노사모 연설 때
감동한 노무현 눈물
대선 CF로 만들어져
문익환 목사가 부친
DJ의 아들이자 노무현 동생으로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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