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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가상스토어’

중앙일보

입력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지하철 역 스크린도어에서 아웃도어 용품을 쇼핑하는 모습(왼쪽)과 광화문 버스정류장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는 모습.

유통업계에서 ‘가상스토어’ 오픈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가상스토어란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나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상품 이미지를 보고, 그 자리에서 해당 물건을 바로 구매 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해당 이미지 곁의 QR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관련 모바일 페이지로 넘어간다. 결제를 하고 배송지 정보입력까지 할 수 있어 구매자는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옮겨진 셈이다. 대형 할인마트를 시작으로 온라인쇼핑몰, 아웃도어브랜드, 서점까지 가상스토어에 뛰어들고 있어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중이다.

유통업, 스마트폰 사용자 2000만 명 시대를 주목

 시작은 ‘홈플러스’였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 명을 돌파했고, 전체 모바일 쇼핑시장 규모가 지난해 1000억 원대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은 급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을 보고 “고객이 매장을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한강진역에서 시범 운행했던 가상스토어가 7월 ‘칸 국제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이 가상스토어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 최초의 가상스토어는 지난해 8월 선릉역점에 선보였다. 이후 부산 서면역점, 광화문 버스정류장점까지 연이어 오픈하면서 홈플러스의 모바일 쇼핑 어플리케이션 매출은 급속도로 신장했다.

 다른 유통 회사들도 지하철역 가상스토어 개장에 가세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해 10월부터 명동역점을 시범 운행했다. 당초 11월까지 진행 예정이던 이 스토어는 반응이 좋아 12월중순까지로 운영 기간을 늘렸다. 이어 지난달에는 ‘교보문고’가 강남·삼성·사당·혜화·신도림·서울역 스크린도어에 가상서점을 열었고, 아웃도어브랜드 ‘웨스트우드’ 역시 신림·양재·고속터미널·서울역에 가상스토어를 새롭게 오픈했다. 대부분의 가상스토어가 오전에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에겐 당일 배송을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소별 타깃 계층에 맞는 제품을 진열해

 이들 가상스토어의 특징은 교통시설을 이용하는 유동인구의 성향을 분석해 게시 상품을 고른다는 것이다. 출퇴근 인구가 많은 선릉역에 설치된 홈플러스의 가상스토어에서는 기본적인 생필품 외에도, 직장인을 위한 간편식 코너를 따로 구성했다. 교보문고 가상서점 역시 직장인을 타깃 계층으로 잡았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자기계발서와 인문서, 소설을 위주로 가상서점을 차린것이 특징이다. 서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출퇴근 길에 도서 트렌드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G마켓은 명동역점을 ‘가상 쇼윈도’ 컨셉트의 패션 스토어로 만들었다. 메인 모델인 유인나가 G마켓에 입점한 다양한 소호몰의 패션 상품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특히 명동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필요를 파악해 ‘명동 쇼핑을 마무리하는 필수코스’ ‘명동 발품 쇼핑에 지쳤다면?’과 같은 테마를 잡았다. 아웃도어브랜드 웨스트우드도 서울 유명 등산로 인근의 지하철 역에 가상스토어를 세웠다. 관악산 등산객은 신림역에서, 청계산 등산객은 양재역에서 다음 등산에 필요한 용품을 생각 난 김에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가상스토어만의 상품을 개발해야

 가상스토어가 늘고 있지만 아직 ‘열풍’이라고 할 단계는 아니다. 새로운 유통 형태이기는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 역시 많다. 삼성경제연구원 김진혁 수석연구원은 결제에 관한 문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지만 결제는 꺼린다는 것. 김 연구원은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넷 결제도 의심하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모바일 뱅킹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체를 보지 못한 물건에 대해 마음 놓고 결제를 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보안에 대한 소비자들의 염려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휴대전화의 좁은 화면, 좁은 자판으로 여러 단계를 거치며 정보를 입력하는 것 역시 출퇴근 유동인구에겐 수고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상스토어가 하나의 유통 형태로 굳혀지려면 한편으로 새로운 유통 채널에 맞는 상품도 발굴해야 한다. 대형마트에선 안 팔리는 삼각김밥이 편의점에선 효자 상품인 것처럼, 가상스토어에서도 이용객의 구미를 당길 만한 상품을 찾아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연구원은 “가상스토어에서 뜰 제품군은 아마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살만한 소품들일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소비자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다른 데선 못 보던 것인데 신기하다’며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다혜 기자 bl ushe@j oongang. co. kr 사진="웨스트우드," 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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