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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아산사랑상품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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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중인 ‘아산사랑 상품권’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2008년 첫 선을 보인 아산사랑 상품권(오른쪽 사진)이 판매저조와 낮은 회수율을 보이며 갈수록 판매수익이 떨어지고 있는 것. 지난달 5일 경제과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기애 아산시의원은 “발행매수에 비교해 회수율이 턱없이 낮다. 판매소도 부족해 정작 상품권을 구매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아산사랑상품권은 7억5000원을 발행해 2억원 정도의 양이 유통되고 있다. 회수율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2008년부터 발행된 아산사랑상품권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사진은 가맹점이 모여있는 온양온천시장. [조영회 기자]

“도대체 만든 이유가 뭐야”

“아산사랑상품권을 사용하는 시민들을 본 적이 없어요. 추석이나 설 명절에도 10장 정도 받으면 많이 받는 편이죠.”

 3일 오후 2시. 온양 온천동에 위치한 온양온천시장에서 10년 넘게 생선가게를 운영중인 이복례(63·여)씨는 아산사랑상품권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이씨뿐 아니라 취재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 70% 이상이 아산사랑 상품권을 본 적 없다고 답했고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상품권의 존재조차 모른다고 답했다.

 아산사랑상품권은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발행해 전국적으로 상용되는 ‘온누리 상품권’과는 달리 시 자체적으로 발행해 아산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소상공업체 보호와 지역 자본의 외지 유출을 막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역 내 가맹점 수가 온양온천시장으로 한정돼 있고 시민들의 인식마저 부족해 제대로 상용화 되지 못하고 있다. 또 60% 이상 구매하면 거스름돈을 돌려받는 온누리 상품권에 비해 아산사랑 상품권은 80% 이상을 구매해야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어 선호도가 떨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산사랑 상품권보다 더 늦게 발행된 온누리 상품권(2009년 발행)보다도 판매실적이 눈에 띄게 뒤쳐지고 있다.

 아산사랑 상품권의 경우 2009년에는 8729만5000원, 2010년 1억5248만원, 지난해는 4722만원 등 총 3억8194만5000원의 판매실적을 보였다. 온누리 상품권의 판매실적은 2009년에는 334만원으로 시작했지만 2010년 2213만원 지난해에는 11억248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기애 의원은 “대형마트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쓸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보다 경쟁력이 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차별화된 마케팅과 가맹점포수 확대 등으로 재래시장뿐만 아니라 중심상권 주위에 있는 약국·옷가게·마트 등 다양한 곳에서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인지도는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입과 환전 용이해야

현재 관내에서 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농협중앙회 아산시청 출장소 한 곳뿐이다. 환전도 문제다. 농협중앙회 아산지부와 아산시청 출장소 2곳에서만 환전이 가능하다. 환전 가능업체도 시청에 등록된 가맹업체로 제한하고 있어 판매실적과 회수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온누리 상품권의 경우 아산을 포함한 전국 새마을 금고에서 구입하거나 환전할 수 있다. 충북 음성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6년부터 ‘음성사랑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음성군은 32개 은행권에서 상품권을 취급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도 지역 상품권을 중앙은행이나 우체국을 제외한 신협, 지역 은행에서 구매나 환전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우리처럼 해봐요”

천안시와 태안군의 경우 꾸준한 홍보와 관리를 통해 지역 사랑상품권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천안에서는 현재 600여 개의 점포에서 ‘천안사랑 상품권’을 취급하고 있으며 판매처도 6곳이나 된다. 지난해 판매실적은 3억여 원이다. 특히 천안시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출산 장려금 100만원을 지급하는데 이때 30만원은 천안사랑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태안군은 6만3000여 명의 적은 인구에도 2300여 개의 점포에서 ‘태안사랑 상품권’을 취급하고 있다. 더욱이 2006년 상품권 판매 초기에는 공무원이 전체 판매의 절반을 차지했으나 각급 기관·단체 및 개인들의 상품권 구입이 늘어나 지난해부터는 일반인 구매 비율이 90% 이상을 기록했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각종 축제나 행사시 상금이나 상품 대신 지역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흥미 유도를 위해 상품권에 즉석 복권의 기능을 부여해 당첨자에게 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산사랑상품권만의 차별화된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상품권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기업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산시청 경제과 김승섭 전통시장 담당은 “기업들의 동참에 호소하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경남의 ‘거제사랑 상품권’의 경우는 대우조선이나 삼성중공업 등 기업체의 판매율이 90%에 달하고 있다. 태안의 경우 SK그룹과 ‘SK태안경제 활성화지원 협약식’을 맺고 10억원 상당의 태안사랑 상품권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해 태안을 방문하면서 상생발전을 이루자는 취지다.

 김승섭 담당은 “그동안 홍보가 미흡하고 관리가 부실했던 것은 인정한다”며 “앞으로 가맹점을 재래시장 주변으로 확대하고 지역상품권을 온누리 상품권과 통합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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