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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성매매 강요당한 소녀, 구출 뒤 첫마디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성매매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시댁 식구에게 고문을 받다 최근 구출된 아프간 소녀 사하르 굴이 7일(현지시간) 카불의 한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카불 AP=연합뉴스]

성매매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시댁 식구들에게 끔찍한 고문을 당한 아프가니스탄 10대 소녀 사하르 굴이 구출 이후 첫 심경을 밝혔다. 그는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 등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굴은 7일(현지시간) 자신이 입원해 있는 카불의 한 병원에서 가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나에게 전기충격을 줬으며 전기줄로 날 때리고 고문했다”며 “난 그들이 감옥에 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15세의 굴은 시댁에서 5000달러(약 580만원)를 친정에 건네는 조건으로 지난해 5월 결혼했다. 이후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성매매 강요를 거부하는 바람에 6개월 동안 지하 화장실에 갇혀 고문과 구타를 당하다 지난해 12월 말 구출됐다. 구출 당시 그녀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구타와 고문으로 얼굴 살점이 찢겨 있었고 온몸엔 상처와 멍이 가득했다. 손톱과 머리카락은 모두 뽑혀 있었다. 물만 먹고 지내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시댁 식구들은 굴을 담뱃불로 지지거나 그의 살점을 떼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굴은 4개월 전 시댁에서 탈출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이웃에 구조를 요청했고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하지만 아프간 북부 바그란주 경찰은 굴의 시어머니 등이 앞으로 그를 학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고 굴을 시댁에 돌려보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정부 관리가 굴의 시댁에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굴은 돌아간 뒤에도 갖은 고문을 당했다.

굴의 악몽이 끝난 건 시댁을 방문한 친정 삼촌이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그는 시댁에서 빠져나왔고 시부모와 시누이는 최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아프간 육군으로 복무 중 사라진 남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전국에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시댁 식구들은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당 의사는 그녀가 회복 중이지만 여전히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굴의 사연은 아프간 사회에서 미성년자 결혼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아프간에선 법적 결혼 연령은 16살이다. 하지만 유엔 여성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의 절반이 15살 이전에 결혼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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