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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증언…"2010년에도 돈봉투 오고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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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준표(사진) 한나라당 전 대표가 9일 “지방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데 교통비와 식대로 수백만원씩 ‘거마비’를 주던 게 나쁜 관행이 된 것”이라며 “(2008,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 25~30명을 관리하는 당협위원장만 잡으면 되니 돈봉투가 오고 갔다”고 말했다. JTBC 허남진 대기자와의 인터뷰에서다. 홍 전 대표는 2010년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안상수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한 뒤 이듬해 7월 4일 전당대회에 재도전해 대표가 됐다.

 ▶허남진=돈봉투의 실상은 어땠나.

 ▶홍준표=노무현 정부 때 정치관계법이 개정돼 국민을 상대로 한 선거에선 돈이 오고 갈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여야 없이 당내 경선에선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서로 잘 아는 사이라 그런 관행이 끊이질 않았다.

 ▶허=2010년 전대서 2위를 한 뒤 ‘바람은 조직과 돈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는데.

 ▶홍=정치컨설턴트에게 ‘홍보 컨설팅’을 의뢰하는 비용만 수억원에 달한다. 돈이 아까워 우리 방에서 직접 만들어 인쇄비 3500만원만 들었다. 2011년에는 선거인단이 22만 명이 되다 보니 한 번에 문자메시지 비용만 500만~600만원이 들더라. 문자메시지 보내는 데도 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 네 번밖에 못했다. 민주통합당이 선거인단이 80만 명이라니 문자메시지 한 번 보내는 데 1500만원이 들 거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옳다. 선거인단이 확대되면 당협위원장 잡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익명을 원한 채 중앙일보 취재에 응한 다른 전당대회 출마자도 비슷한 ‘커밍아웃’을 했다. A후보(2011년 출마)는 “사무실 운영에 1억원, 후보 등록비 9000만원, 대의원 몇만 명한테 전화 돌릴 홍보원을 열흘간 30~40명 쓰면 인건비까지 합쳐서 총 3억원, 여기에 당협위원회별로 돈을 돌리면 몇십억원씩 들어간다”며 “도저히 저렇게 쓸 수 없는 사람이 팍팍 쓰는 거 보면 기가 차더라”고 했다. B후보(2010년 출마)는 “어떤 후보는 55억원을 썼다는 말도 들었다. ‘청와대 오더’대로 당대표를 시키려니 돈선거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C후보(2008년 출마)는 “박근혜계도 돈봉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2010년부터 경선비용 상한을 2억5000만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30억 쓰면 대표에 당선되고 20억 쓰면 떨어진다는 ‘30당(當) 20락(落)’이란 말이 나돌았다.

허남진·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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