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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버린 폐수, 로봇카메라로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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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폐수 무단 방출을 적발한 로봇 카메라.

4년 동안 고농도 발암물질이 함유된 폐수를 하천에 몰래 방류한 공장주가 검찰에 적발됐다. 일등공신은 단속에 처음 투입한 로봇카메라였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산시 정왕천에서 폐수가 시화호로 유입되고 있다는 신고가 안산시에 접수됐다. 화학약품 냄새가 강하게 나는 누런 폐수가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폐수는 정왕천으로 연결된 우수(雨水)관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폐수의 시작점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근처의 반월·시화산업단지에는 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이 7000여 곳이나 됐다. 우수관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일일이 땅을 파헤쳐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안산시와 검찰은 지하 매설관로를 점검할 때 사용하는 로봇카메라를 동원했다. 검찰이 환경사범 단속에 로봇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환경사범 단속은 폐기물 배출사업장을 찾아가 설비와 폐기물 처리 관련 자료를 점검하는 게 전부였다. 정왕천으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시작해 폐수를 역추적했다. 카메라로 촬영한 폐수 줄기가 지상으로 선명하게 전달됐다. 원격조종 가능 거리(100m)를 넘어갈 때마다 맨홀 뚜껑을 열어 다시 추적하기를 반복했다. 나흘 동안 추적한 끝에 정왕천에서 1㎞쯤 떨어진 영세 도금업체를 찾아냈다.

 이 업체가 무단 방류한 것은 1급 발암물질인 ‘6가크롬(Cr 6+)’이 함유된 고독성 폐수였다. 배출 허용기준(L당 0.5㎎)을 4190배나 초과했다. 업주 박모(48)씨는 폐수탱크에 구멍이 난 것을 알고도 2007년부터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4년간 898.8t의 독성 폐수가 시화호와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박씨는 위탁 처리비용 1억1600만원을 챙겼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박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정왕천에 구리가 함유된 폐수 1만L를 몰래 방류한 혐의로 주유소 대표 장모(56)씨 등 35명을 적발해 약식기소했다.

안산=유길용 기자

1㎞ 매설관 나흘간 역추적
4년간 버린 공장주인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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