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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다문화 가정 아이도 우리 아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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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초등학교 4학년이 오죽하면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할까. 방글라데시계 다문화 가정 어린이인 이스마엘 우딘(11)군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의 대상이 됐다. 세상과 절연하려는 듯 온종일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이 학교 학생들은 “반에서 가장 재수 없는 아이”를 뽑는 투표를 해 이스마엘을 지목했다. 그에게 돌아온 건 또래 아이들의 발길질 세례였다.

 지금 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실상이 이 정도다. 그 틈바구니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학교폭력이 노리는 주된 먹잇감이 되곤 한다. 게다가 이스마엘이 다니는 서울 B초등학교는 다문화 가정 교육을 위한 거점학교였다. 정부 예산을 들여 한국어 교실이나 차별 방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학교다. 그런데도 왕따로 절규하는 아이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학부모의 얘기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이 폭력을 행사한 학생 3명을 불러 훈계 한 번 한 것으로 끝내고 별다른 조치를 안 했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럿이 한 사람을 지목해 물리적인 폭력을 가해도 아이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일쯤으로 치부해버리는 학교에 어느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겠는가. 교육당국은 말로만 다문화 교육을 떠들지 말고 이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학교는 어떻게 예방과 사후 교육을 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다문화 가정 자녀는 지난해 15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교육 현장에서 이 어린이들이 냉대를 받는 건 물론이고 학교 폭력의 희생양이 된다는 건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는 저출산 시대에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차별과 냉대로 2등 시민을 만들어서는 가해 어린이나 피해 어린이 모두에게 편견과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교사나 동료 학생들이 무심코 내뱉는 다문화란 말에도 당사자들은 아파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문화 교육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시민교육이어야 한다. 말로만 하는 이론교육이 아니라 모두를 동등하게 대하도록 훈련하는 실천교육이 필요하다. 이스마엘이 다시 바깥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