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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에 발목잡힌 전주 탄소섬유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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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탄소는 ‘21세기 산업의 쌀’로 불리는 신소재다. 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뛰어나다. 10~20년 안에 전세계 차량 대부분의 차체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전주시가 추진하는 ‘탄소산업 허브’의 꿈이 걸림돌을 만났다. 탄소섬유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으나 편입 토지의 소유주들이 “보상가격이 낮다”며 땅 팔기를 거부하고 있다. 투자를 약속한 효성그룹은 최악의 경우 공장을 다른 지역에 짓겠다는 입장이다.

 전주시는 팔복동·동산동에 28만4400㎡ 규모의 첨단복합산업단지를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이 중 18만2000㎡에 효성이 탄소섬유 생산시설을 짓는다.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만7000t씩 생산하는 게 목표다. 연 매출 3000억원, 고용창출 1000여 명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 측은 지난해 10월 입주 선수금 215억원을 납부하기까지 했다.

 전주시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부지 매입을 끝내고, 이 달 중 착공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토지주들에게 3.3㎡당 평균 42만8000원의 보상가를 제시했다. 토지주와 전주시가 각각 선임한 감정평가사들의 산정 가격을 평균한 것이다.

 하지만 지주들은 보상가격이 낮다고 반발하고 있다. 5일 현재 보상 협의를 마친 지주는 전체 150여 명 중 30%에 불과하다. 최재봉(67)씨는 “생산녹지로 묶여 40여 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는데, 전주시의 보상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 시세 변동과 물가상승률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토지주들은 55만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효성그룹의 공장건립TF팀장인 방윤혁 상무는 “공장 건립이 계속 지연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 바꾸는 걸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공무원 30여 명으로 토지보상전담반을 구성, 지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계속 버티는 지주에 대해서는 토지 강제수용 절차를 밟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탄소섬유 산업단지는 지역발전을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며 “효성 공장은 단순한 하나의 기업 유치가 아니라 지역발전 촉진의 기폭제”라며 토지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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