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 나서자 폭력 70%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2.01.07 00:00

업데이트 2012.01.0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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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일 서산시 석림중 음악실에서 ‘락밴드’ 멤버 학생들이 연습하고 있다. 참여한 어른들은 학생들을 후원해 주고 있는 이 학교 아버지회 회원이다. [서산=김성태 프리랜서]

충남 서산시 석림동 석림중학교. 전교생이 820명인 남녀공학 학교로 2004년 개교했다.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도 좋다. 하지만 개교 이후 4∼5년 동안은 학생들이 진학을 꺼리는 학교였다. 장태구(55) 교감은 “학교폭력이나 흡연 등 교칙 위반 행위가 1주일마다 발생해 학부모들의 평가가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달라졌다. 학교폭력 발생 횟수가 70% 이상 줄었다. 교정에선 날마다 악기 연주소리가 들려 학교 분위기도 밝아졌다. 학부모 김진찬(45)씨는 “진학을 위해 학교 주변으로 이사 오는 학부모까지 생겼다”고 귀띔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아버지회’가 있다.

 5일 오전 11시 이 학교 음악실. 방학인데도 악기 연주소리로 교정이 떠들썩했다. 학생 5∼6명이 드럼·기타·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다. 석림중 학생들로 구성된 ‘락밴드’의 연습 장면이다. 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1주일에 한 번 모여 음을 조율한다. 연습 도중 이 학교 ‘아버지회’ 회원 4명이 찾아왔다. 류철환(47·회사원) 회장과 한석진(45·자영업)·조병운(37·회사원)·김동희(49·자영업)씨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짬을 내 달려온 것이다.

 “연주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공부도 열심히 하지?” 류 회장은 락밴드 멤버인 박예찬(3학년)군의 어깨를 두드렸다. 박군은 “2학년 때는 친구를 괴롭히거나 담배를 피우다 선생님에게 적발돼 많이 방황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밴드부 활동을 열심히 한 3학년 때는 담배도 끊고 친구들과 싸운 적도 없다”고 했다. 락밴드 멤버인 유강현(3학년)군은 1년 전 시내 주점에서 술을 마신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은 아픈 기억이 있다. 유군은 “악기 연주만큼 공부도 열심히 해 효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락밴드는 2010년 3월 아버지회의 도움으로 결성됐다. 2009년 결성된 아버지회 회원들과 박종규(61) 교장이 부적응 학생 지도 방법을 고민하다 생각해 낸 것이다. 아이들이 음악활동에 집중하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버지회는 악기 구입비용(500만원)의 절반을 보탰다. 학생들이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음악학원과도 연결해줬다. 락밴드는 현재 2·3학년 학생 5명씩, 2팀이 활동 중이다. 한때 학교폭력에 연루됐거나 담배와 술에 손을 댔던 말썽꾸러기들이었지만 지금은 모범생이 됐다.

 아버지회는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매달 두 차례 서산시내 극장·당구장 등 유흥가를 순찰한다. 류 회장은 “아버지들이 순찰에 나서자 극장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학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버지회 회원은 자영업자·공무원·회사원 등 20명이다. 결손·조손(祖孫)가정 학생들에게 자상한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교장은 “지난해 서산교육청 주관의 과학경시대회에서 금상 수상자를 4명 배출하는 등 아버지회 활동으로 분위기가 좋아져 학력 신장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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