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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물리학상 거론됐던 김필립, 모교 서울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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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김필립(45·사진) 교수가 모교인 서울대 강단에 선다. 김 교수는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그래핀(graphene)’ 연구로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세계적인 물리학자다.

 서울대는 “김 교수가 올 3월부터 2년간 서울대 초빙 석좌교수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소속으로 연간 1~2개월 서울대에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자연과학대학 김명환 학장은 “김 교수는 물리학과 교수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주로 할 예정이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위한 세미나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물리학과 안에 그래핀과 관련된 ‘응집 물리’를 연구하는 교수가 전체 절반에 이르는 만큼 협동 연구를 통해 상당한 연구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핀은 기존 물질보다 가볍고 휘어지며 전기가 잘 통하는 신물질이다. 양산될 경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혁명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김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부터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 교수는 당시 최고의 수재들이 몰린 서울대 물리학과에서도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석사과정 지도를 맡았던 물리학과 김정구 교수는 “당시 김 교수는 아주 특별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전공 강의만 듣던 다른 학생과는 달리 고체물리를 전공하면서 입자물리 강의까지 듣는 등 물리학 전반에 다양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김 교수는 1990년대 후반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멤스(MEMS) 테크놀로지’(미세전자 제어기술)라는 새로운 기술에 주목했다. 이후 ‘나노튜브’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래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연구가 막바지에 다다랐던 2004년 경쟁 연구팀이던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가 그래핀을 흑연에서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 2010년 가임 교수 등은 그래핀의 존재를 처음 입증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노벨상을 놓친 직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과학자의 최종 목적은 상이 아니다”라며 “연구과정을 통해 많은 걸 배웠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대를 방문했을 때는 “과학자에게 중요한 건 수식이 아니라 말로 설명해내는 것이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소통 능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김 교수가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의 롤모델이자 멘토가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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