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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폐업" 최정상급 요리사 폭탄선언 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시카고의 최고급 식당 ‘찰리 트로터스(Charlie Trotter’s)’가 오는 8월 설립 25년만에 문을 닫는다. 지난 1일 밤(현지시간) 신년 성찬을 즐기는 손님 100여명 앞에서 사장이자 셰프인 찰리 트로터(52)가 이같은 폭탄선언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에 시카고 주민들과 요리 평론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트로터는 세계 음식 지도의 변방이었던 시카고를 세계 음식의 중심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최정상급 셰프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며 입을 연 트로터는 세계 여행과 철학 및 정치이론 석사라는 새로운 계획을 밝혔다. 또 “지난 25년간 이곳에서 정말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고 다른 것에 도전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석사 과정을 마치면 새로운 식당을 오픈할 생각도 있다는 말에 트로터의 팬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시카고 토박이인 트로터는 위스콘신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요식업계에 뛰어든 늦깎이 요리사였다. 하지만 그는 세계 유명 셰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배운 비법으로 프랑스 정통 요리를 대체할 고급스런 현대 미국 요리를 개발해냈다. 일찍이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와 가열을 하지 않은 생식(raw food)를 선보여 사람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1987년 120석 규모로 문을 연 찰리 트로터스는 설립 2년 만에 각종 기관들로부터 ‘미국 최고의 식당’으로 인정받았고 유명 셰프들을 키워내는 산실 역할을 해 왔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기내식 자문을 맡기도 했다. 트로터는 요리계의 아카데미상인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에서도 10차례나 수상하는 등 명성을 떨쳤다. 지난해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는 별 두 개밖에 받지 못했으나 25년 동안 내내 톱 클래스를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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